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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의 대체가 아니라 보조여야 합니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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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작가가 인공지능 챗지피티에 “건축물 엔지니어링 및 인증 컨설팅 회사에서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30대 한국인 남성의 모습(안경 착용)을 수채화/유화 스타일의 일러스트로 그려줘.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건축 도면, 친환경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있어. 차분한 분위기에서 인간과 기술의 균형을 고민하는 인물이 드러나도록 표현해줘”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

지영 작가가 인공지능 챗지피티에 “건축물 엔지니어링 및 인증 컨설팅 회사에서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30대 한국인 남성의 모습(안경 착용)을 수채화/유화 스타일의 일러스트로 그려줘.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건축 도면, 친환경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있어. 차분한 분위기에서 인간과 기술의 균형을 고민하는 인물이 드러나도록 표현해줘”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엠피스리로 음악을 듣던 시절, 두달간의 배낭여행에 내 동행은 서너장의 시디와 시디플레이어였다. 나는 대체로 전자 기기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편이다. 스마트폰을 최신 기종으로 바꿔도 기존에 쓰던 기능 말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꿋꿋하게 미룬다. 유료 결제까지 해서 함께한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일하는 사람의 초상’ 기사에 함께 실을 일러스트를 생성할 때만 사용한다. 무료 버전으로, 다른 요청 없이.



나는, 짐작할 수 있듯 혁신적인 기술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편리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의존도가 높아지고, 결국에 사고 능력을 상실할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노동 현장에서 배제될 인간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암담하다. 인공지능 권력이 극명한 계급화를 불러오는 시대에 무얼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두렵다.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김재민씨를 만나기 전 인터뷰를 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지 못한 이유다. 이 만남에는 그와 나의 지인, 선희와 성미도 함께했다. 이번 초상은 네 사람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아가는 기술에 관해 나눈 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인간이 설정한 논리 안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도 넓게 보면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예전부터 있던 개념과 기술이 확장되고 깊어져서 설계자의 의도대로 작동하기보다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하고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시를 내리게 된 수준에 이른 거죠.” 자리에 앉자마자 받게 된 질문, ‘인공지능이 뭘까요?’에 차분하게 답해준 재민씨는 친환경 건축물 엔지니어링 및 인증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다. 건축물을 세울 때는 안정성과 기능, 주변과의 조화는 물론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검토해야 한다.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자원이 어떻게 사용되고 에너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비되는지, 또 유해 물질이나 폐기물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등의 환경 규제가 중요하거든요. 저희 회사는 건축 도면을 검토해서 해당 설계가 친환경 건축물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해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평가하기도 하고요.”



입사 후 2년 동안 건축공학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그가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에서 일하게 된 건 3년 전부터다. “프로젝트는 기획부터 화면 설계와 디자인,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저는 전체 매니저이면서 기획 단계에서 사용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계획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저희 일은 사람이 눈과 손으로 직접 하던 도면 검토나 법규 준수 확인 등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나 코딩 툴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복잡한 조건 아래서 다양한 결과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어요. 기존 업무를 간소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건물 내 온도나 전기 사용량 같은 데이터를 모아 에너지 낭비를 분석하고 절감 방안을 제안하는 웹도 만들고요.” 그의 설명을 들으니 오전에 들렀던 집 앞 도서관이 떠올랐다. 입구에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표식이 있고, 내부에서는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다는 문구도 볼 수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재민씨의 일이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



맡은 일의 영역이 폭넓을 수 있는 건 그의 이력과 맞닿아 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한 그는 조명 관련 강의를 듣고 전공에 매력을 느꼈다. “디자인 요소만 있는 줄 알았던 조명이 공학적으로 계산된 결과물이더라고요. 공간의 용도에 따라 조명의 밝기나 위치, 방향이 설계에 반영돼요. 조명으로 건축물 에너지 성능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 강의를 하신 교수님과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첫날 선배들이 코딩부터 배워보자는 거예요. 알고 보니 건축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곳이었죠.” ‘전문연구요원’(병역 복무 제도의 하나로, 연구 기관에서 과학기술 연구나 학문 분야에 종사함)으로 지금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학업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제가 코딩도 할 수 있고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한 경험도 있다 보니 회사에서 아이티(IT)를 접목한 연구 개발을 제안했어요. 결과물이 하나씩 쌓이면서 전문 부서가 만들어졌고, 저도 여기 있네요.”



학교로 꼭 복귀할 거라고 말했다던 그가 현장에 남은 이유는 개발자의 일이 즐거워서다. 그럼에도 고됨은 없는지 묻자 그는 이 일이 ‘협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무명 정도 되는 팀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제대로 해내고, 그 결과들이 제대로 맞물려야 마침내 완성돼요. 프로젝트가 짧게는 두세달, 길게는 2년까지 이어지는데, 초기 단계에서 놓친 작은 부분이 결국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죠. 뒤늦게 수정하느라 팀 전체가 고생한 적도 있고요. 거기서 스트레스도 받고 슬럼프도 오고 그래요.”



김재민씨가 코딩 작업하는 컴퓨터와 키보드. 김재민씨 제공

김재민씨가 코딩 작업하는 컴퓨터와 키보드. 김재민씨 제공


그럴 때 재민씨는 잠시 쉬었다가 업무 방식에 변화를 주며 다시 일에 집중한다. “저도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 오래되진 않았어요. 웹을 개발해보고 싶은데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낯설기도 하고 혼자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래도 한번 해보자 싶어 인공지능을 썼는데 여러 사람을 거치지 않고도 명령어 몇줄에 제 머릿속에 있던 구상이 즉각 구현되더라고요. 수정까지도 손쉬운 걸 경험하니 눈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사용자의 관점으로 제 일을 바라보는 계기도 됐고요.”



다양한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그는 기술의 중심에 사용자인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기존 기술을 넘어서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인간에게 어떠한 실질적인 편익과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회사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한 이유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른 것도 있지만, 그 기술이 필요한 사용자를 고려했기 때문이에요. 각자 다른 환경과 패턴으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하나의 로직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지거든요.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환경과 패턴을 학습해서 각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어요.”



그는 자신이 만든 건축물과 에너지 관련 인공지능 기술이 다수에게 닿기를 꿈꾼다. 이전에는 건물의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계산을 거듭하며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인건비가 높다 보니 자본의 논리에 따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제한적이라는 데에 있다. “비용 때문에 에너지 절감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구현해 배포한다면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대형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차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일반 사용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개발한 서비스가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도 인간의 일상에 혁신을 일으키고 긍정적인 면을 선사할 수 있다면 기쁠 거예요.”



개발자인 그도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진 않는다. 팀 안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과 미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거짓 정보에 노출되거나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교차 검증과 경계의 시선이 필요하죠. 무엇보다 인간의 ‘대체’가 아닌 ‘보조’가 되도록 발전을 이끌어야 할 거예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하고, 데이터를 모아 학습하고, 결과를 내는 과정을 거치는 기술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고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대화는 각자의 인공지능 경험담으로 이어졌다. 고전문학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인 선희는 ‘고소설의 비언어적 표현’ 빅데이터를 구축할 때 재민씨의 조언을 따라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저도 인간이 해야 할 사고를 미루게 될까 봐 회의적이었지만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건 저에게 달려 있더라고요. 논리적인 기준을 세워서 분석 단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에 따라 세세하게 작업을 요청하는 건 인간이에요. 요즘 대학에서는 인공지능 사용을 전제로 하는 ‘프롬프트 작성 능력’을 평가해요. 변화를 받아들이되 도움이 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훈련하자는 거죠.”



국어학 석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성미 역시 자료 분석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데 초등학교 때 코딩을 배운 경험이 접근성을 높이고, 프롬프트 입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직접 하면 몇달 걸릴 방대한 데이터를 몇시간 만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외국어를 할 수 있으면 접할 수 있는 게 넓어지듯 인공지능도 그래요. 하지만 연구자로서 사유해야 한다는 점도 늘 상기해요.” 인문학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에 갖는 생각은 재민씨가 인터뷰 내내 드러낸 고민, ‘인간이 중심에 있는 기술’과 닮아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거부도, 맹신도 하지 않는 이들의 얘기를 듣던 그가 말을 덧붙였다. “스마트폰이 연 단위로 새 모델을 출시했다면 인공지능은 훨씬 짧은 주기로 발전을 거듭해요. 이런 시대에 이 기술과 벽을 두면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맹목적으로 쓰는 것도 당연히 옳지 않고요. 기술이란 게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힘이잖아요. 그러니 어떻게 써야 도움이 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익혀야 해요. 그게 곧 능력이 될 거고요.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어요. ‘고마워’에도 수백억이 들어요. 짧은 인사에도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사용하거든요. 무료 버전이 진짜 무료는 아닌 거죠. 인간이 편리를 누리는 만큼 자원이 쓰인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음성 메모 앱에 전사 기능이 있다는 성미의 말에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내 스마트폰은 그런 능력이 없었다. 업데이트를 안 한 탓이다. 대신 선희의 스마트폰에서 예비용으로 녹음된 음성 파일을 바탕으로 전사본을 만들었다. 완벽하진 않아 보충과 수정의 과정을 거쳤으나 들어간 시간과 품은 확연히 줄었다. 성미의 언니는 매일 전사 기능을 사용한다. 보호자로서 병원에서 접하는 낯선 용어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의 형부가 어서 쾌유하길 바라며, 고전문학 자료 분석에 도움이 되는 앱을 함께 개발해볼까 한다는 선희와 재민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여러 목소리가 오간 인터뷰는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밝게 빛나는 도서관을 보는데 내 안에서 조명 하나가 켜지는 듯했다. 내가 그것의 밝기와 위치, 방향을 현명하게 조절할 수 있길, 그리하여 적절한 빛 속에 놓일 수 있길 바라며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지영 작가







지영 l 장편소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어제를 기억하는 여덟 개의 방식’, ‘킬러 문항 킬러 킬러’가 있다. 5·18 문학상 신인상,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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