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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 AI 시대 '빨간약과 파란약'

머니투데이 손보미스타씨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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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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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AI(인공지능)가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을 통해 '우리는 정말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에는 철학적 상상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2026년을 살아가는 지금 이 질문은 더 이상 영화 속 비유로만 남아 있지 않다.

요즘 우리는 AI가 요약한 뉴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AI가 작성한 초안을 검토하며 보고서를 완성한다. 채용, 마케팅, 투자, 전략 기획, 콘텐츠 제작까지 AI 추천과 자동화가 일상이 됐다. '내가 판단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을 AI가 설계한 프레임 안에서 내리고 있다. 매트릭스는 더 이상 스크린 속 가상이 아닌 일상과 현실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는 파란 약과 빨간 약이 나온다. 파란 약은 안락함을 보장하지만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빨간 약은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되찾게 한다. 이를 2026년식으로 바꾸면 파란 약은 'AI가 해주는 대로 일하는 삶', 빨간 약은 'AI를 쓰되 판단의 주권을 인간이 유지하는 삶'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일자리의 '재정의'다. 생산 영역은 AI가 맡고 인간은 결과를 편집·해석하며 방향을 정해야 한다. 실행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설계하는 사고력이고 정보 처리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과 의미, 윤리적·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필자는 AI 기술 기업의 대표임에도 AI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팀과 고객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찰하며, 그것이 의사결정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다. 중요한 문제는 먼저 스스로 사고해 정리하고 AI는 아이디어를 확장·보완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AI는 사고의 출발점이 아니라 사고를 고도화하는 수단이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AI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이미 AI와 함께 일하고 있는 우리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AI의 결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용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를 활용하되 최종 판단과 책임을 스스로 지는 의사결정자가 될 것인가. 영화 속에서 인간이 기계의 에너지원으로 전락했듯 현실에서도 우리가 판단을 완전히 위임한다면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곧 시행되는 'AI 기본법'은 AI 사용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딥페이크처럼 실제와 혼동되기 쉬운 결과물에는 가시적 워터마크를 의무화했다. 무엇이 기계의 산물인지, 누가 판단했고 누가 책임지는지를 숨길 수 없게 하겠다는 선언이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사회는 더 강한 기준으로 책임의 주체를 요구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많은 정보를 아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지 선택하는 능력에 있다. 우리는 더 이상 AI가 인간을 이길지 묻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AI와 함께 일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다. 그리고 그 답은 어렵지 않다.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책임질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기 때문이다.


병오년(丙午年)은 '뜨거운 태양 아래 모든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해'라고 한다. 무엇이 자동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가 판단했고 누가 책임지는지, 이제는 가릴 수 없는 시대가 열렸다. 딥페이크에는 워터마크가 붙고 생성형 AI의 사용 여부는 고지되어야 하며, 결과의 주체는 명확해져야 한다. 기술은 더 정교해지지만 동시에 투명성과 안전을 요구하는 햇빛도 더 강해진다.

그래서 올해의 질문은 우리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그 결과를 내 판단으로 끌어안고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 있다. 태양 아래 드러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2026년의 경쟁력은 자동화의 속도가 아니라 드러나도 흔들리지 않는 판단의 주권에서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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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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