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음의 리듬' 전시 전경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신체적 감각과 자연의 운율을 소리 없는 추상화로 풀어낸 전시가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서울과 가나아트 한남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내달 28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는 '묵음의 리듬'은 추상 회화 작업을 하는 한국 중견 여성 작가 성낙희(55), 이소정(47), 한진(47)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색과 형태를 통해 감정과 리듬을 전달하는 세 작가의 작업 방식에 주목해 기획됐다.
성낙희 작 '센티언트 페이지' |
성낙희는 다채로운 색으로 화면 안에서 추상적 이미지의 움직임을 즉흥적 감각과 나름의 규칙으로 보여주는 작가다. 이번에 출품된 작업에서도 화려한 색채로 컴퓨터 그래픽을 연상시키는 상상의 풍경을 만들었다.
그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학사를, 영국 런던 왕립미술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했으며 2005년 제5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LG 컬렉션, UBS 아트 컬렉션 등 주요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소정 작 '노지밀식' |
동양화를 전공한 이소정은 이전 작업의 파편들을 재료로 삼은 작품을 선보였다. '노지밀식'은 나무 패널 위에 예전 작품 조각들을 붙인 뒤 먹으로 덮고, 다시 금색 아크릴 물감으로 추상 형태를 그려 넣은 작품이다. 여러 겹이 쌓인 화면 속에서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화여대 한국화과에서 학사를,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그의 작품은 금호미술관, 두산갤러리, 수원시립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한진 작 '밤은 아직 기다려야 하고 낮은 이미 아니다' |
한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밤은 아직 기다려야 하고 낮은 이미 아니다'는 화면 중앙의 하늘색 구멍을 중심으로 빛이 모여드는 듯한 모습이다. 숲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 같기도, 위에서 숲에 둘러싸인 호수를 내려다보는 듯하기도 하다. 관람자에 따라 서로 다른 장면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한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문화재단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맹지영 큐레이터는 "세 작가 작품에서 시각적인 리듬과 운율이 느껴진다"며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작품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울림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철호 개인전 '중첩' 전시전경 |
이러한 소리 없는 운율에 대한 탐구는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리는 박철호(61) 개인전 '중첩'(Overlap)에서도 이어진다.
작가의 1990년대 초기 판화 작품부터 신작까지 주요 작업들을 아우르며 작가의 조형적 실험과 사유의 궤적을 되짚어 보는 자리다. 자연을 인식하고 사유하는 작가의 태도가 화면 위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축적되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박철호 작 '절망과 희망' |
박철호는 30대 초반 미국 유학 시절 서로의 깃털을 다정하게 골라주는 비둘기 두 마리를 목격하면서 작업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는 새 연작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좌절감과 희망이 교차하는 내면의 상태를 거칠고 검은 형태의 새로 형상화했다. 1999년작 '절망과 희망'은 검은 잉크의 거친 질감으로 추락하는 듯한 혹은 재도약을 노리는 듯한 새를 표현한 작품이다.
박철호 개인전 '중첩' 전시전경 |
이후 그의 관심은 새를 넘어 자연으로 확장된다.
그의 '물결'(Ripple) 연작은 물결의 파문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움직임을 다양한 농도의 선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인간 역시 그의 작품에서는 하나의 선으로만 존재한다.
박철호는 캔버스 위에 실크망과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여러 번 중첩하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자연의 움직임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박철호 작 '중첩' |
이번 전시에서 새로 선보이는 중첩 연작은 더 추상으로 나아갔다. 캔버스에 분말 형태의 안료를 붓고 알코올이나 용제를 더해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을 만들어 낸다. 이어 붓질로 안료를 흐트러뜨린다. 그럼 화학 반응으로 생기는 우연한 갈라짐 현상과 작가가 통제해 만든 선들이 화면에 다양하게 겹치게 된다.
이는 작가가 30년 전 석판 위에서 하던 작업 방식을 캔버스로 옮긴 것이다. 작가의 과거 작업 방식을 현재로 가져와 중첩 상태에 이르게 한다.
가나아트 측은 "30여년간 자연의 운동감을 좇아온 작가의 현재를 형성하는 작업"이라며 "이번 신작은 그 여정이 이른 하나의 지점을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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