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벽지노선 자율주행 마실버스…전국 지자체 최초 |
(전국종합=연합뉴스) 자율주행 기술은 그 발전 속도만큼 사람들의 의구심을 빠르게 걷어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를 어떻게 도로에 내놓을 있냐"고 걱정한 일이 새삼스러울 만큼 자율주행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그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자율주행차법 제정을 계기로 관련 사업이 본격화했고, 현재 시범지구로 지정된 전국 47개 지역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 베드'(시험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성과로 이어져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대중교통은 물론 환경 정비, 주정차 단속 등으로 그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나아가 사람이 아예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수준의 자율주행 완성을 위해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지자체의 시도에도 눈길이 모인다.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버스, 제주 성산일출봉 일대 달린다 |
◇ 대중교통 버스도 자율주행…전국 각지 운행, 취약지 교통 편의도
자율주행은 이미 전국 각지에서 다중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까지 진입했다.
'2026 강릉 지능형교통체계(ITS) 세계총회' 개최도시인 강원 강릉시는 전국 최초로 벽지 노선 자율주행 마실버스를 도입해 운행 중이다.
지난해 7월 25일 첫 운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5개월간 월평균 496명의 주민이 마실버스를 이용했다.
이 버스는 연곡면사무소부터 삼산보건진료소까지 49개 정류장, 편도 13㎞ 구간을 운행한다. 이 중 10㎞는 자율주행이지만, 도로 폭이 좁거나 길가에 차량이 주차된 3㎞ 구간에서는 버스 관리자가 개입해 수동 운행으로 전환한다.
시속 50㎞로 비교적 저속 운행하기 때문에 마실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강릉시는 오는 10월 열리는 ITS 세계총회에서 이 버스의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AI 수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울산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고래버스'가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중구 척과종점과 북구 울산공항을 오가는 고래버스 역시 어린이보호구역 등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구간에서만 운전자가 수동 운전하고, 그 외 구간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움직인다.
동대문 자율주행버스 운행 시작 |
경남 하동군은 농촌지역 읍내를 순환하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전국 최초로 정식 운행하고 있다.
이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하동 읍내 주요 구간 6.7㎞를 돈다.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운행하다가 돌발 상황 때 운전자가 개입한다.
2024년 10월부터 약 2달간 시험 운행하며 이용객 2천1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승차감과 안전성 등에서 90% 이상이 만족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에서는 인공지능(AI) 콜버스가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행 중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곳에 버스를 호출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자율주행 수요응답형버스(DRT)로, 청주 오송역∼세종 조치원 약 25.7㎞ 구간에서 현재 3대가 운행하고 있다.
경북 경주에서는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활약한 자율주행차 3대가 보문관광단지 일원에서 운행 중이다. 충남에서는 내포신도시 일원을 달리는 자율주행 순환버스가 지난달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경기 성남시와 수원시에서는 다음 달부터 자율주행 셔틀버스 등이 시범 운행을 한다.
노면 청소에 사용된 자율주행 특장차 |
◇ 도로 청소, 주정차 단속, 물류까지…영역 넓히는 자율주행
자율주행은 비단 사람의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고, 도시 환경 정비나 물류 등 다방면으로 그 기능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무인 저속 특장차 자율 주행 시범 운행 지구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빛그린산단 등에서 운영했다. 무인 노면 청소 차량 2대,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 2대를 시속 20km 이하로 교통량이 없는 시간대에 가동해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 최초로 자율주행 주정차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지구 12.3㎞에서 운영 중인데, 지난달까지 328건을 단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주정차 단속과 함께 방범 순찰도 함께 펼쳐 활용도를 넓혔다.
대구시는 2023년부터 122억9천만원을 들여 '스마트 이송·물류 자율주행로봇(AMR)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대구·경북을 스마트 물류 로봇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인프라와 기업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년간 222억8천만원의 매출, 102.5명의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스마트 물류 로봇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며, 기업이 최신 기술을 적극 채택하고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모두의 AI 광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공개 |
◇ 운전석 필요 없는 자율주행 목표로…지자체 시도 눈길
상당한 진전에도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는 수준과는 아직 격차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고도 자동화) 수준의 기술 상용화하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광역시는 국내 유일 국가 AI 데이터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설치하고 지난해부터 자율주행 실증 데이터를 쌓고 있다.
도로 유형별 주행은 물론 급정거나 끼어들기, 앞 차량 교통사고 같은 돌발 상황 대응 데이터를 쌓아 차량 운행 및 안전 기능 향상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 200대를 투입, 도심 내 돌발 상황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하는 대규모 실증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올해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에서 '자율주행버스 상용화 모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는 총 10억원을 들여 운전자 개입이 없는 거의 완전한 자율주행 수준의 버스를 영종지구에 2대(15인승), 송도지구에 1대(8인승) 운행할 계획이다.
경기 안양시도 운전석이 아예 없는 레벨4 차량과 무인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추진한다.
유대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동남권지능화융합연구실장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의 도입이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에 강력한 메기효과(강력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현상)를 일으켜, 레벨4 기술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국내 특유의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안전성을 증명하고 법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의 핵심"이라며 "정교한 현지 데이터 학습과 제도 정비를 바탕으로 유연함과 안전성을 결합한 한국형 전략을 통해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현 장아름 김용민 최종호 김준범 박정헌 전창해 신민재 허광무 기자)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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