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현금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하였습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전달했다가 되돌려 받은 전 구의원의 탄원서에 등장하는 말입니다. 지역 주민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1991년 부활한 기초의원, 어쩌다 매관매직의 장으로 전락했을까요. 구의원, 그들이 사는 세상과 실태 그리고 해결책을 네 편의 기사를 통해 짚어봅니다.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논란으로 불거진 기초의원들의 '공천 헌금' 논란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돈 공천'의 반복을 막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국회의원 개인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현재의 공천 시스템이 '공천 헌금' 사태를 낳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투명한 공천 시스템의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제명 등 징계를 논의한다. 2026.1.1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논란으로 불거진 기초의원들의 '공천 헌금' 논란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돈 공천'의 반복을 막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국회의원 개인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현재의 공천 시스템이 '공천 헌금' 사태를 낳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투명한 공천 시스템의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앙당 중심의 제도적 변화 필요"…공천 과정과 이후 시스템 구축해야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의 기초의원 공천에는 국회의원 개인의 입김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정당이 중심이 되는 공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당 기능이 강화된다는 것은 공천에 있어 객관성을 갖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역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등의 사람이 공천 권한을 갖고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중앙 정당 차원에서 지방의 인력 등을 지속해서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8일 이러한 지적을 반영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공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도당 위원장의 공천 관련 기구 참여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시도당 위원장의 겸직 금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자체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모습만 보였을 뿐 국회의원의 지역 장악력은 그대로 유지시키는 임시방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 겸직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며 "지역위원장들이 공천 관리위원회에 들어가서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는 마찬가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적격자 공천 배제의 경우 예외 조항이 있는데 그러면 검증위원장의 권한이 커진다"면서 "로비를 해서 예외를 둘 수 있는 구조가 되기에 예외 규정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의 심사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천 심사 과정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며 "재력보다는 전문성을 따져 지역의 명망 있고 경력 있는 사람들 위주로 심사를 강화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익명 신고가 가능한 신고 센터와 윤리위원회의 감찰 등을 보완책으로 꼽았다. 윤리위원회가 강화돼야 수의 계약, 겸직 등 이해충돌 방지를 제도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현재의 공천은 시도당 위원장이 공천에 개입하다 보니 권리 당원 중심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천 관련 자료 보존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 팀장은 "자료 보존 규정은 기본적인 것인데 그동안 제대로 안 되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실련은 김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발생한 이후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공천 전반에 대한 독립적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경실련에 '선거법 공소시효인 6개월이 지나 자료를 파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공천 관련 자료와 기록은 보존 관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김 교수는 "금전 출납 등의 기록을 외부 회계 기관들이 검토하는 방안 등의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있다면 '공천 헌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구당 부활·정당공천제 폐지…'정치제도 개혁'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정치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구당은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중앙 정당의 하부 조직을 본래 목적으로 하는 기구다. 과거 여러 폐해가 지적됨에 따라 2004년 폐지됐다.
단체는 '하향식 공천'을 근본 원인으로 본다. 오유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지역 주민과 지역 당원이 공천이 중심이 되는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는 것이 참여연대가 바라보는 문제의식"이라며 "이는 사실 정당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층 어렵다"고 진단했다.
오 간사는 "(공천헌금 의혹은) 지구당을 없애면서 국회의원이나 중앙당에 매몰되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결과"라며 "하향식 공천에서는 정당이 당선 경쟁력을 보고 전략공천 또는 단수공천을 하는데, 이러한 공천이 주민들의 요구와 일치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전직 구의원 모임인 동대문구의정회는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 주요 지역에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즉각 폐지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정당공천제는 유능한 인재 발굴을 위해 2006년 시작됐으나 정치자금 비리,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 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12년에는 양당 후보가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에 참여연대도 2014년 논평을 내고 "정당공천제는 지역주의 선거환경에서 특정 정당의 독점으로 지방정치가 중앙에 예속되는 것을 고착화시킬 수 있고, 공천 헌금으로 인해 고비용 선거를 조장함에 따라 부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단체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을 정치 영역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책임의 소재지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선 투명한 공천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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