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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과 금메달 다툰 오노, 빙판보다 화려한 인생 2막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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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노 등 美대표단 동계올림픽 파견
은퇴 후 정체성 붕괴… ‘완전한 전환’ 과정 겪어
작가, 리더십 강연자, 투자자 등 왕성한 활동
후배 선수들 동기부여·멘탈 관리에도 앞장서
아폴로 안톤 오노(오른쪽)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당시 김동성 선수 옆에서 '헐리우드 액션'을 하고 있다. /유튜브

아폴로 안톤 오노(오른쪽)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당시 김동성 선수 옆에서 '헐리우드 액션'을 하고 있다. /유튜브


백악관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개막하는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J D 밴스 부통령 부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보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동계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이면서 우리와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당시 ‘헐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 선수를 실격시킨 악연(惡緣)으로 엮어 있는 아폴로 안톤 오노(44)도 포함됐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반미(反美) 운동의 기폭제가 됐는데, 미국의 빙상 레전드 중 한 명인 오노는 현재 커리어 전문가로 변신해 빙판에 있을 때만큼이나 화려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

오노는 특유의 언행으로 국내에선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손에 꼽히는 쇼트트랙 선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금1·은1)를 시작으로 2006년 토리노(금1·동2), 2010년 밴쿠버(은1·동2)까지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메달 숫자만 놓고 보면 역대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2위다. 중·장거리 종목뿐 아니라 단거리에서도 준수한 경쟁력을 갖춘 올라운더였는데, 부상 한 번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한 몸을 가졌고 자기관리도 철저했다고 한다. 다만 쇼트트랙 종목 특성상 신체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 정상적인 플레이와 반칙의 경계선을 오가는 교묘한 플레이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 금메달을 딴 뒤 “김동성은 내 전략에 말려들었고, 실격될 것을 확신했다”는 오노의 말은 국민 감정에 불을 지폈다.

아폴로 안톤 오노가 지난달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석해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폴로 안톤 오노가 지난달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석해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오노는 은퇴 이후 작가, 강연자, 투자자, 후배 올림픽 선수를 위한 동기부여 전문가 등으로 변신해 화려한 인생 2막을 열었다. 2022년 출간된 회고록 ‘하드 피벗(Hard Pivot·완전한 전환)’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정상에 올랐던 그가 은퇴 후 겪은 정체성 붕괴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 커리어 전환 등을 망라하고 있다. 오노는 성공적이고도 근본적인 전환을 위한 4가지 단계 프레임을 제시하는데, 이는 ① 과거의 타이틀과 명성 내려놓기(Let Go) ② 실패를 ‘종료’가 아닌 ‘재정의’로 인식(Reframe) ③ 기술·관계·루틴 등의 새로운 설계(Rebuild) ④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장기적 헌신(Recommit)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진짜 경쟁력은 메달 이후에도 남는 태도와 내적 규율(discipline)이었다”며 “이게 인생 후반전의 성패를 가른다”고 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가 돼 지금도 많이 읽힌다.

나이키, 구글, 애플 같은 굴지의 기업들은 오노가 말하는 ‘성공 이후 다시 강해지는 법’에 감명해 그를 연사로 불러 리더십, 마인드 셋(mind set) 전환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오노의 스토리가 좋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은 은퇴 후 공허감, 선수 시절의 논란 등에 대해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편이라 공감도가 높다고 한다. 오노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조직위원회 선수위원회 구성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는데, 자신의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스포츠계의 선수 지원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 이번 이탈리아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도 후배 선수들을 위한 동기부여에 앞장섰는데, ‘메달을 따게 하는 사람’보다는 메달 획득 여부에 관계 없이 ‘그 이후에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사람’에 가까운 셈이다.

아폴로 안톤 오노가 쓴 책 '하드 피벗'. /아마존

아폴로 안톤 오노가 쓴 책 '하드 피벗'. /아마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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