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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선두주자 에스토니아] ③ “탈세 탐지부터 의회 회의록 작성까지 AI 활용…20년 이상 구축한 디지털 정부가 최대 강점”

조선비즈 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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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가AI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스토니아는AI기반 교육 통합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AI를 활용한 암 진단 보조 기술과 자동화된 디지털 행정 서비스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사법 분야에서도AI적용을 적극 모색 중이다. 중이다. 조선비즈는 에스토니아의 각 분야AI활용 실무자들을 인터뷰해 에스토니아가AI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에스토니아는 독립 직후인 1990년대부터 디지털화와 기술 혁신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유지해 왔다. 정권과 이념이 바뀌어도 ‘디지털 퍼스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혁신을 미루지 않는 결단력이 오늘날 AI 강국 에스토니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카멜 텔리스 주한에스토니아대사관 공관 차석은 조선비즈와의 대면 인터뷰에서 에스토니아의 인공지능(AI) 발전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텔리스 공관 차석은 약 10년간 민간과 정부를 두루 거친 통상·투자 부문 전문가. 정부 합류 이전에는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기업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원했다.

텔리스 공관 차석은 소련 붕괴 직후 주변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야 했던 역사적 배경, 인구가 넓게 분산돼 행정 접근성이 낮았던 지리적 특성 등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정부 기조와 맞물려 에스토니아의 AI 경쟁력을 탄생시켰다고 분석했다. 현재 에스토니아는 약 60개 정부 기관에서 AI를 활용할 정도로 진일보를 거듭하고 있다. 다음은 텔리스 차석과의 일문일답.

―에스토니아는 AI 분야의 글로벌 선도국으로 평가받는다. AI 경쟁력은 어디로부터 나오나.

“에스토니아의 AI 경쟁력은 강력한 디지털 정부 인프라에서 나온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수년 전부터 거의 100%에 가까운 공공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해 왔다. 세금 납부, 처방전 발급, 혼인 신고, 총선 투표까지 모두 24시간 온라인으로 처리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구조화된 공공 데이터와 상호 운용 가능한 네트워크 시스템, 디지털 ID 인프라 등이 축적됐고, 무엇보다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형성됐다. AI 발전은 이러한 환경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AI 정책이 단기간에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갑자기 정책만 밀어붙이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미 디지털·데이터 기반 행정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AI 도입 또한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에스토니아는 앞서 1990년대 모든 교실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타이거 리프(Tiger Leap)’ 정책을 기점으로 친(親)디지털 문화를 구축해 왔다. 이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 지난해 도입된 ‘AI 도약(AI Leap)’ 정책이다. 과반수 학생이 학업 과정에서 AI 챗봇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면박(shame)을 주기보다, 책임감 있는 사용 방안을 제작(shape) 및 교육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AI를 마주하는 에스토니아 정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공공 부문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현재 에스토니아 공공 부문에서는 65개 기관에서 130건 이상의 AI 활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수치는 매년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추세다. 다만 주지할 점은 이들 중 대부분은 대규모 프로젝트라기보다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한 소규모 도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세청은 AI 기반 탈세 탐지 시스템을 활용, 세금 납부 과정 전반을 모니터링하면서 대규모 탈세 건을 중심으로 인력을 집중 배치한다. 실업보험기금 또한 AI를 활용해 장기 실업 위험군인 구직자를 조기 식별, 정책 지원을 연계한다. 국회에서는 회의 내용이 AI 전사 프로그램으로 자동 기록된다.


정부 챗봇 ‘비유크라트(Bürokratt)’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비유크라트는 여러 부처에 흩어진 공공 서비스 정보를 통합 안내하는데, 수십 개 정부 기관의 정보가 한번에 제공된다는 이점이 있다. 종합하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는 AI가, 고부가 가치 업무와 최종 판단은 인간이 맡는다.”

에스토니아 정부 챗봇 ‘비유크라트(Bürokratt)’. 부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우측 하단 창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에스토니아 정보시스템청 홈페이지 캡처

에스토니아 정부 챗봇 ‘비유크라트(Bürokratt)’. 부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우측 하단 창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에스토니아 정보시스템청 홈페이지 캡처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에스토니아 AI 전략의 차별점은.

“에스토니아의 AI 전략은 인간 중심(human-centric) 접근을 전제로 한다. 정부는 AI로 시민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민의 복지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를 하나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의 권리나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AI 시스템은 반드시 인간의 감독과 최종 승인이 필요하며, 알고리즘은 설명 가능하고 투명하게 구축돼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에스토니아 정부는 전자정부(e-governance) 플랫폼을 운영 중으로, 여기에는 정부에서 사용되는 AI 시스템의 알고리즘 등 정보가 공시된다. 아울러 정부는 AI로 발생할 수 있는 부가적 문제, 예컨대 구직난이나 고령층의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등을 함께 메워나가고 있다. 전 세대를 대상으로 평생 교육과 민관 협력 AI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노력에 해당된다.”


―디지털 정부 확대에 따른 정보 보안 문제는 없나.

“디지털 정부의 핵심은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정보의 투명성, 그리고 강력한 보안이라는 두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유지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보안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앞서 2007년 에스토니아는 대규모 디도스 공격으로 주요 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린 바 있다. 당시 사이버 공격이 정부 중앙 부처, 총리실, 의회, 은행 등에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면서 인터넷이 2주 가까이 마비됐는데, 이를 계기로 범정부 차원에서 보안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이다.

일례로 에스토니아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데이터 대사관(Data Embassy)을 설립했다. 국가 핵심 데이터의 사본을 분산 저장,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도 디지털 기반 국가가 지속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버 방위 센터와 유럽연합(EU) IT 관련 기구 또한 에스토니아에 소재하는데, 이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얼마나 보안에 힘쓰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과의 AI 협력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에스토니아와 한국은 AI 분야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두 나라 모두 디지털 정부와 ICT 인프라가 이미 고도화돼 있고, 기술 혁신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양국은 공통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정학적으로 사이버 공격 문제에 노출돼 있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인재난이라는 범국가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양국의 협력 잠재력은 매우 클 것이다.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교육에서의 AI 활용 측면에서 협력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교육에 대해 활발히 투자를 전개하고 있으며, 주한에스토니아대사관 차원에서도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더불어 스마트시티 솔루션, 윤리적 AI 거버넌스 구축에서도 양국의 활발한 협업을 기대한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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