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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 소고기 韓 32개월산, 美 18개월산… ‘마블링’의 경제학

조선비즈 세종=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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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한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 도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한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평균 사육 기간을 2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지난 13일 ‘축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에서 밝혔다. 현재 32개월인 사육 기간을 4개월 줄이면 생산비가 10% 낮아져 소고기 소비자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우 평균 사육 기간은 미국 소 사육 기간(평균 18개월)보다 훨씬 길다. 사육 기간이 길어지면 생산비가 늘어나 소비자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한우는 흔히 ‘마블링’이라고 부르는 지방 함량 기준의 소고기 등급 체계와 소비자 선호에 따라 사육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미국산 수입 증대로 한우 ‘마블링’ 전략 추진… 사육 기간 길어져

한우는 거세우가 주로 사육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거세우 출하 월령은 2007년 평균 30.4개월에서 2017년 31.1개월, 2024년 31.6개월 등으로 늘어났다. 현재 한우 평균 사육 기간은 32개월 정도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대체로 32개월간 사육한 한우를 도축해 소고기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사육 기간이 길어지는 흐름은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 소고기 시장 개방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확대되자, 정부와 업계는 ‘고급화’ 전략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흔히 ‘마블링’으로 불리는 지방 함량을 중시하는 소고기 등급 체계가 강화됐다. 고기 속 지방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돼 있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아 등급을 매기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 소비자의 입맛도 작용했다. 소고기 구매 시 ‘맛’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맛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마블링이 꼽힌다는 게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다.


소고기의 마블링을 높이려면 사육 시설에서 곡물 사료를 장기간 먹이면 된다. 그만큼 소고기 생산비는 높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된다. 한우 전업농 A씨는 “생산비가 더 들어가더라도 조금 더 오래 키우면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육 기간을 늘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우 평균 사육 기간이 28개월 안팎일 때 한우 농가 평균 소득이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2021년 평균 사육 기간 26~27개월 ▲2022년 27~28개월 ▲2023년 28~29개월 구간에서 농가 소득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한우 평균 사육 기간을 32개월에서 28개월로 낮추려는 방침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의 한우 200여 마리가 초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뉴스1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의 한우 200여 마리가 초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뉴스1



◇ 미국에서는 평균 18개월에 도축… 비용·수익 개념 철저하게 적용

미국에서는 소를 평균 18개월 사육한 뒤 도축하는 게 보통이다. 초기에는 방목을 했다가 도축을 일정 기간 앞두고 시설에서 사육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시설 사육 중에 곡물 사료를 먹이면 단기간에 살을 찌울 수 있다.


이 과정에 비용·수익 개념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18개월을 넘기게 되면 사룟값을 포함한 사육 비용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지방 함량이 적은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육하면서 마블링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사정도 있다고 한다.

또 미국은 세계 소고기 시장에서 주요 수출국으로, 수입국 소비자 선호에 맞춰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를 별도로 생산하기도 한다. 수익이 비용을 넘어설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생산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입산 소고기와 경쟁하기 위해 한우 고급화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 전략이 장기 사육으로 굳어지면서 비용 부담과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가가 ‘소 한 마리를 얼마에 팔았느냐’가 아니라 ‘팔고 나서 실제로 얼마가 남았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세종=김민정 기자(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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