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집권 2기 1년을 맞는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이익 앞에선 동맹도 걷어차는 ‘일방적 거래’의 관점에서 글로벌 정치, 경제, 안보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총 9건의 기획 기사로 지난 1년동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겪은 트럼프발 변화를 짚어보고 앞으로 예상되는 또다른 변화를 전망한다.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전 세계를 향해 관세 청구서를 내밀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세가 '뉴노멀'로 자리 잡은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무력화됐고, 초강대국 미국의 압박 속에 각국은 조금이라도 덜 내어주기 위한 무역전쟁을 치러야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지난 1년은 예측 가능한 규칙 대신 정치·안보 변수가 교역 질서를 흔든 '불확실성의 상시화'가 새로운 표준이 된 시대"였다고 평가했다.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전 세계를 향해 관세 청구서를 내밀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세가 '뉴노멀'로 자리 잡은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무력화됐고, 초강대국 미국의 압박 속에 각국은 조금이라도 덜 내어주기 위한 무역전쟁을 치러야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지난 1년은 예측 가능한 규칙 대신 정치·안보 변수가 교역 질서를 흔든 '불확실성의 상시화'가 새로운 표준이 된 시대"였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시즌2' 돌입…韓도 피하지 못한 관세 뉴노멀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첫해인 2025년은 관세를 무기화한 소위 '글로벌 무역전쟁 시즌2'의 시작이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관세를 협상용 지렛대이자 단기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2기 행정부에서는 이를 제도화한 경제안보 전략으로 격상시켜 보다 치밀하게 '아메리카 퍼스트'를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 세계 통상 질서를 크게 흔들었다. 관세를 핵심 수단으로 한 전방위 통상 압박에 나서면서 글로벌 교역 환경은 극도의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대상으로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했다. 이어 8월에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별로 최소 10%에서 최대 41%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실제 부과했다.
한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무역협상을 타결하며 고율 관세 적용은 피했다. 당초 미국이 한국산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협상 결과 관세율은 15%로 낮아졌다.
다만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모든 국가에 일괄 적용한 자동차·철강 등 일부 품목 관세는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 역시 치열한 협상 끝에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동일한 15% 수준으로 조정하는 데 그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하에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 역시 '관세 뉴노멀' 시대를 피해 가지 못한 셈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 같은 관세 무기화를 통해 지난 한 해에만 약 2000억달러(295조 원)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5배(250%)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7%에 육박했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미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려고 펜을 잡으려는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에서 의자를 당겨 주고 있다. (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9.1/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어수선한 국내 상황 속에도 민관 '원팀' 빛난 관세협상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국내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출범한 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 나서며 통상 불확실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미 FTA 체결국임에도 미국이 '무역수지 불균형'을 문제 삼자, 정부와 기업은 대미 투자와 현지 생산 확대를 핵심 카드로 제시하며 '민관 원팀'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관세 회피와 시장 접근성 유지를 위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적극 확충하고,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210억달러(29조 원)를 투입해 조지아 전기차 공장 증설,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 로보틱스·AI 협력 등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 투자를 확대해 대미 투자액을 370억달러(51조 원)로 늘렸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5조3000억 원)를 투입해 AI 메모리 패키징 기지를 짓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보잉·GE와 총 327억달러(48조 원)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 이미지를 굳혔다.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테슬라·애플과의 반도체 계약, GM과의 공동 개발, 한화의 조선 협력 등 진출은 이어졌다. 업계는 관세 회피를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리스크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일각에는 국내 투자 위축과 자본 유출 우려도 제기되지만, 한국 기업 참여를 전제로 한 구조인 만큼 투자 성과가 다시 국내로 환류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이 사상 처음 7000만달러를 넘겼다.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이다. 반도체 수출이 173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발표한 '2025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에서 2025년 수출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7097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는 모습. 2026.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1년여 발목 잡은 관세에도 韓 수출 사상 최초 7000억달러 달성
2025년 한국 수출은 미국과의 관세 마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액은 약 709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연간 수출 7000억 달러에 진입한 수출 강국 대열에 올라섰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경기 둔화, 유가 하락과 함께 특히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일궈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한국 수출품 중 최대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1734억 달러로 전년보다 22.2% 이상 증가하며 전체 수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강세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
자동차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가 증가한 약 720억 달러, 이는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 대미 수출이 10% 이상 감소했음에도 유럽·아시아 시장의 확대가 이를 상쇄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 감소를 다변화한 시장 전략으로 보완했다. 중국과 ASEAN(동남아국가연합), 유럽연합(EU) 등 주요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가 수출 성장을 뒷받침했고, 선박·의료·전기장비·컴퓨터·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이 증가세를 기록하며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보여줬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한국 수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특정 품목·시장에 치우친 구조의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지난 1년 글로벌 통상 질서는 규범과 합의의 시대에서 힘과 협상이 지배하는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투자 유도와 공급망 재편을 강제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교역·안보·산업정책의 경계는 무너졌고, 통상이 이제 지정학과 산업전략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됐다"며 "기업들 역시 비용·효율성 보다는 정치적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안정성을 생존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게 됐다"고 진단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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