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는 일종의 작가 메모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산문집에서 여행담, 방문객, 동네사람들, 어머니, 독서체험 등을 소재로 한 진귀한 농담과 향취로 독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조선일보DB사진] |
늦깎이 데뷔작은 대성공이었다. 첫 소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비튼 작품이다. 400만부 이상 팔리며 현대 프랑스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방드르디는 프랑스어로 프라이데이(금요일)란 뜻. 로빈슨이 표류한 섬에서 만나 하인으로 삼은 야만인에게 금요일에 만났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원작에선 로빈슨이 프라이데이를 노예이자 계몽 대상으로 보지만, 투르니에 소설에선 로빈슨이 처음엔 하인으로 여겼지만 나중엔 방드르디에게 야생의 삶을 배우게 된다. 둘은 상하 관계에서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2000년 1월 24일자 19면. |
미셸 투르니에는 21세기를 맞은 2000년 1월 자신의 작품을 우리말로 여럿 번역한 김화영 고려대 교수와 만났다. 김 교수가 파리 근교 시골 마을 생 레미 슈브류즈에 있는 투르니에 집을 찾았다. 투르니에는 “당신은 신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콩트 같은 이야기로 답했다.
“신의 존재에 대한 대답으로 내가 지은 이야기 한자락 들려주겠다. 소련의 우주비행사 가가린이 최초로 지구밖으로 나갔다가 무사히 돌아왔다 . 흐루시초프가 묻기를 우주에 가보니 과연 신이 존재하던가라고 했다. 가가린은 신이 존재한다고 대답했다. 흐루시초프는 무릎을 탁 치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신의 존재가 알려지면 공산주의의 기반이 무너지니까 밖에 나가선 그런 말을 하지말라”고 했다. 그리고 가가린이 로마 교황청을 방문했다. 교황은 가가린에게 신이 존재하는가라고 물었다. 가가린은 흐루시초프의 당부 때문에 신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교황은 무릎을 탁 치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2000년 1월 24일 자 19면)
2000년 1월 10일자 41면. |
투르니에의 작품은 공쿠르상을 받은 소설 ‘마왕’과 ‘황금 구슬’을 비롯해 산문집 ‘짧은 글, 긴 침묵’ ‘예찬’에 이르기까지 우리말로 대부분 번역됐다. 철학적인 깨달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산문집 ‘예찬’을 서평한 김광일 기자는 “한가하지 않다면 이 책을 붙들지 말 일이다. 중간에서 내려놓지 못한다”고 평했다.
“투르니에는 ‘예찬’이라는 인간의 행위를 “예찬”한다. ‘예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어떤 아름다운 음악가, 한 마리 우아한 말, 어떤 장엄한 풍경, 심지어 지옥처럼 웅장한 공포 앞에서 완전히 손들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그와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2000년 11월 4일 자 41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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