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강대 정문. /전기병 기자 |
서강대와 국민대가 2026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한국외대 등도 등록금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17년간 유지해 온 ‘등록금 동결 정책’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서울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17일 서강대에 따르면, 서강대는 지난 6일 열린 2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올해 등록금을 전년보다 2.5%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날 등심위에서 학교 본부와 학생들이 제안한 등록금 인상률은 각각 3.19%, 1.6%로 차이가 있었지만, 논의 끝에 학교가 제안한 2.5%로 최종 확정됐다.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이 너무 낮으면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학교 발전이 어렵다”며 “학교 재정 건전성과 학생 체감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 2.5%는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학생 측은 2.5% 인상률을 받아들이며 “인상분은 온전히 학생들의 교육 환경 및 복지 개선에 쓰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대도 지난 6일 2차 등심위를 열고, 올해 등록금을 전년보다 2.8%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률을 3% 이하로 조정하면 학교 운영수지가 적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 측이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은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학생들 부담이 크다”며 대안으로 2.8% 인상률을 제안해, 최종 2.8% 인상으로 확정됐다.
대학의 등록금은 매년 1~2월 교직원, 학생 등으로 구성된 등심위에서 결정된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2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데, 올해 대학들이 올릴 수 있는 최대 인상률은 3.19%다. 서강대와 국민대는 1차 등심위에서 학생들에게 인상 최대치인 3.19%를 제안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2차 등심위에서 각각 2.5%, 2.8% 인상을 결정했다.
서강대와 국민대를 시작으로, 연세대·고려대·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와 고려대, 한국외대는 전년 대비 3.19%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이화여대, 중앙대, 경희대 등은 구체적인 인상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학생 측에 전달한 상태다.
이들 대학은 2009년부터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때문에 등록금을 못 올리다가 지난해 재정적 어려움을 참지 못하고 한 차례 인상했다. 그런데 올해는 교육부가 “2027년부터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폐지한다”고 발표하는 등 등록금 규제 완화 기조를 밝히면서,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열린 대학 등록금 관련 총학생회단체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
하지만 등록금이 2년 연속 인상될 상황에 놓이자,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92%가 현재 등록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97.7%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면서 “대학 본부는 정부 지원금 확보와 법인 책임 촉구를 통해 자구책을 모색하고, 학생 등록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5일 입장문에서 “학생들은 지난해 등록금 인상분이 교육 여건 개선 등에 충분히 사용되지 않았다고 느끼는데, 올해 등록금을 다시 인상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학생은 학교의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도 지난 13일 “지난해 학생 위원 전원이 반대했지만 학교는 등록금 5% 인상을 강행했고, 인상분을 학생을 위해 전액 지출하겠다는 약속마저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올해 인상을 추진할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경우에도 대학 재정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 16일 “올해 등록금 인상은 대학 본부가 지난해 인상분의 전액이 학생들에게 쓰였음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올해도 같은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결정됐다”면서도 “대학 재정의 책임은 학생과 학교 본부만의 몫이 아니며, 이제는 법인이 재정 구조 개선과 책임 이행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현재 서강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62.4%로, 연세대(35.1%)와 고려대(40.3%) 등보다 높다. 반면 서강대 법인 전입금 비율은 운영 수입 대비 0.4%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연세대(5.8%), 고려대(2.2%), 성균관대(3.7%)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라고 했다. 또 “서강대 법인 전입금 비율이 2010년 2.6%에서 현재 0.35% 수준으로 지속적 하락해왔다”며 “법인의 책임 있는 재정 참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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