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자유기고가]
타이중에서 친척 결혼식이 있었다. 타이베이와 타이중은 서울에서 대전 정도 거리다. 주말 오전이라 평소보다 두 배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 걱정했는데, 웬걸? 중간에 잠시 휴게소에 들렀는데도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예식장이 고속도로에서 가깝긴 했지만 한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올 때는 두 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토요일 저녁 서울로 돌아오는 꽉막힌 고속도로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었다. 졸리고 답답한지 떼를 쓰는 아기를 보면서, 정말 이만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뿐 아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타이완에서는 교통 스트레스가 훨씬 적다. 대중교통이 덜 붐비고 쾌적하다. 도시 안팎에서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적다. 한국에서는 한 시간 넘게 출퇴근하거나 이동하는 게 보통이지만, 대만에선 한 시간이 넘어가면 '상당히 멀리 이동하는' 느낌이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대만의 교통 상황을 알아보자.
대중교통 체계는 우리나라와 거의 차이가 없다. 타이베이 기준으로 우선 '지에윈(捷運)' 또는 'MRT(Taipei Mass Rapid Transit)'라 불리는 지하철이 잘 깔려있다. 그 규모나 노선 숫자가 한국에 비해 작지만 편리함이나 사용 방법은 거의 똑같다. 버스도 비슷하다. 대체로 정거장마다 노선과 도착예정시간이 잘 안내되고 있다. '이지카드'라고 불리는 통합교통카드를 전국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환승도 가능하다. 차이가 있다면 '구글맵'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구글맵도 경로를 알려주고 도착시간 정보가 있지만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택시요금도 한국과 비슷하다. 가끔 앱으로 예약해서 쓰기도 하지만, 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것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대중교통은 전반적으로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편하다.
▲ 대만과 한국의 수도권 전철 노선도. 규모와 복잡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타이베이시 관광국 |
▲ 대만과 한국의 수도권 전철 노선도. 규모와 복잡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울시 |
또 한 가지 장점은 '유바이크(U-bike)'의 존재다. 서울시 따릉이에 해당하는 공용자전거 시스템인데 이게 아주 훌륭하다. 앱을 설치하거나 결제할 필요가 없다. 그냥 교통카드를 터치하면 된다. 게다가 30분까지는 무조건 무료다. 보관소도 많고 자전거 배치나 관리도 잘 돼 있다. 구글맵에서 보관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짐이 많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중교통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가는 데는 유바이크가 큰 도움이 된다. 이지카드에 정보를 등록하면 자전거 보험도 무료로 제공된다.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 동호인이 아니라면 굳이 내 자전거가 필요 없어 보일 정도다. 한국인에게 유바이크가 신세계인 또 하나의 이유는 타이베이가 상당히 이륜차 친화적인 도시라는 점이다. 타이베이 도심은 언덕이 거의 없는 평지다. 그리고 스쿠터 사용자를 위한 이륜차 인프라가 워낙 잘 돼 있다. 엔진 대신 두 다리를 사용하면 자전거도 그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
▲ 유바이크(U-bike) 사용법은 너무 간단하다. 대만에서 개통한 휴대폰이 있으면 교통카드에 등록해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무료 보험도 제공된다. 그렇지 않으면 앱을 깔고 신용카드를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 ⓒ유바이크 홈페이지 |
시외로 이동해야 한다면 철도나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으로 이동하는 공항철도는 인천 공항철도와 거의 같다. '가오티에(高鐵)'라고 불리는 고속철도는 타이베이, 타오위안, 신주,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등 주요 도시를 관통한다. 편리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고속철도가 없는 동쪽 해안을 따라 여행한다면 일반철도나 버스를 타야 한다. 대만 시외버스의 특이한 점은 차내에 화장실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호주도 아니고, 작은 나라에 굳이 필요할까 궁금하긴 하다. 덕분에 시외버스를 타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서는 일은 없다.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쑹산(松山)'공항은 김포공항과 역할이 같고, 타오위안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과 흡사하다. 실제 서울-타이베이 노선은 김포와 쑹산, 인천과 타오위안의 두 개 노선으로 운행된다.
지하철도 버스도 한국에 비하면 덜 혼잡한 편이다. 물론 사람이 많아 붐비는 시간대가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잠깐이다. 지옥철이라 불릴 만한 끔찍한 상황도 없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대중교통 내에서는 아무 것도 먹거나 마실 수 없다는 점이다. 벌금도 비싼 편이고 워낙 신고를 잘하는 나라라서, 때로는 껌이나 사탕을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아쉬울 때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대만 대중교통이 덜 혼잡하고 시간도 덜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차이다. 서울-인천-경기, 타이베이-지룽-신베이로 구성된 두 나라의 수도권을 비교해보자. 면적으로 보면 한국이 약 605㎢로 대만 수도권의 약 271.8㎢보다 2배 이상 넓으며, 인구는 2600만 대 900만이다. 거의 세 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규모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만 교통에는 이륜차라는 '치트키'가 있다.
타이베이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국과 대만의 문화 비교'라는 주제의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강의 후 첫 번째 질문이 '왜 한국은 스쿠터를 많이 타지 않느냐'였다. 그만큼 대만에서 스쿠터는 특별한 존재다. 대만에서 스쿠터 보급률은 인구 1.6명당 1대꼴이다. 성인 대부분이 스쿠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가 크면 자전거를 먼저 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스쿠터를 탄다. 집안 형편에 따라 나이가 들면서 자가용을 타기도 하지만 그들도 대부분 스쿠터를 거친다. 한국에는 집이 없어도 차를 타는 경우가 많지만, 대만에선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집이 있다. 이건 대만의 특수성이다. 대만 정도 경제 수준에 이토록 자가용보다 이륜차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스쿠터는 장점이 많은 교통수단이다. 대중교통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내 맘대로 움직이는 자유를 대체하긴 어렵다. 개인 교통수단으로서 스쿠터는 자가용에 비해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다. 자가용 한 대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면적이면 스쿠터 5대에서 8대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주차 공간도 마찬가지다. 물론 자가용은 서너 명이 동시에 탈 수 있지만, 스쿠터도 두 명이 동시에 탈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자가용 대부분에 한두 명만 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스쿠터의 효율성은 더욱 돋보인다. 대만 대중교통이 덜 붐비고 쾌적한 이유 중 하나도 스쿠터로 사용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사용자를 줄이면서도 자동차만큼 도로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스쿠터. 이것이 없었다면 한국에 비해 좁고 낡은 타이베이 도심의 도로는 아마 훨씬 더 끔찍했을 것이다.
스쿠터에는 세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나는 안전이다. 사고가 나서 부딪히거나 넘어졌을 때 나를 보호해줄 뼈대가 없다. 두 번째는 소음과 배기가스다. 엔진이 작고 노출돼 있어 더 시끄럽다. 자가용 한 대가 차지할 자리에 스쿠터 여덟 대가 있으면 소음과 매연도 그만큼 엄청나다. 세 번째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역시 노출된 이륜차 구조 때문이다. 대만에서도 안전 문제는 민감한 문제다. 다만 헬멧 착용이나 도로교통이 엄격하게 지켜진다. 대부분 차량 운전자들이 스쿠터 사용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서 주변 스쿠터 운행을 고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구조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어서 대만의 인구 십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약 12.6명으로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그 대부분은 스쿠터 사용자다. 소음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신호대기 중이던 스쿠터들이 일제히 출발하는 순간, '아,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대만이구나!'하고 느낀다. 다만 대만에서도 전동 스쿠터의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긴 하다. 대만에는 혹독한 겨울이 없기 때문에 일상적인 용도로 스쿠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갑자기 추워지거나 날씨가 나쁠 때는 스쿠터를 포기하기도 한다.
▲ 타이베이 시내에서 신호대기 중인 스쿠터들. 아마도 압도적으로 많은 스쿠터를 사용하는 나라 중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체계적인 교통 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대만일 것이다. 그래도 자동차보단 위험하다. ⓒ필자 |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만사람들은 스쿠터를 사랑한다. 여기에 두 나라의 산업정책 차이가 보인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다. 내수시장을 받쳐주기 위해서라도 자가용 사용을 권장한다. 반면에 대만경제는 오랫동안 반도체에 올인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를 조립생산하던 회사가 자체 생산을 시작했지만, 그 비중은 아직 작다. 정책적으로 자가용 구입을 억제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세금, 보험료, 주차, 수리 등 모든 비용을 높인다. 안 그래도 100% 가까이 수입차인데, 부가적인 구입비용과 유지비용도 높다. 그나마 기름값이 한국보다 싸지만 그건 스쿠터도 마찬가지다. 결국 스쿠터라는 '단점이 있지만 선택가능한 대안'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물론 스쿠터 안전에 문제가 있지만, 한국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사용자가 워낙 많다 보니 그들을 위한 교통신호체계와 운전문화가 잘 갖춰져 있다. 한국에서 스쿠터는 배달 등 특수업종을 위한 예외적인 교통수단이다. 스쿠터를 보호할 체계적인 교통신호체계나 운전문화가 아예 없다. 예전에 비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법지대'라는 느낌이 있다. 한국 여행 가서 스쿠터를 렌트하고 싶다는 대만인 친구가 있으면 나는 단호하게 말리곤 한다. 한국에서 스쿠터는 대만과 전혀 다르다. 너를 위한 교통체계도 없고, 너를 배려하는 운전자도 없다고 말해준다.
나는 아직 대만에서 스쿠터를 운전해 본 적이 없다. 아내가 운전하는 스쿠터 뒷자리에 가끔 앉을 뿐이다. 면허증은 있지만 앞으로도 도전할지 모르겠다. 평생 스쿠터 문화를 보고 경험하면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 조심스럽다. 가끔 앞으로 아기를 안고, 뒷자리에 아이를 태운 채 스쿠터를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저런 모험을 할까 싶기도 하다. 언젠가 내 아이도 자라서 스쿠터를 타겠다는 날이 오면 어떨까? 많은 장점이 있지만 '안전'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대만의 이륜차 문화에 대해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박범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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