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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에 마약 투혼까지"…'청도 소싸움' 충격 민낯[댕냥구조대]

이데일리 박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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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비리에도 청도소싸움 재개장 허가한 정부
면죄부 논란 속 죽은 소가 출전 명단 등장 이어
주체측 임의로 승부조작에 약물 과다 주입까지
“전통 아닌 범죄” 혈세 지원 논란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이미 도축되어 사라진 소가 버젓이 링 위에 올라 경기를 뛰고 승리까지 챙긴다. 심판과 조교사들은 가족 명의로 소를 소유해 승부를 조작하고, 자신들만 아는 정보로 불법 도박판을 벌인다. 뼈가 부러진 소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주사해 억지로 싸움을 시키는 엽기적인 동물학대까지 자행됐다.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싸우고 있는 소들 모습.(사진=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싸우고 있는 소들 모습.(사진=청도군)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문화’라는 미명 아래 운영되어 온 청도 소싸움장의 민낯이다.

전 세계가 동물권을 강화하며 투우를 폐지하는 추세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총체적 비리와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난 24일 청도 소싸움장의 재개장을 최종 승인했다. 국가가 나서서 ‘동물 학대 도박판’을 용인했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청도소싸움 실체 보고서 공개 “전통 아닌 범죄”

최근 녹색당 대구광역시당이 공개한 청도 소싸움 운영 주체인 청도공영사업공사 비리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청도 소싸움장은 공정과 상식이 파괴된 ‘그들만의 리그’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소 바꿔치기’다. 이력 관리 부실을 틈타 이미 도축된 소 ‘영웅’, ‘대운’을 산 것처럼 속여 경기에 출전시키거나 체급을 조작해 승리를 따냈다. 심지어 기술적 한계를 핑계로 소의 지문인 비문이나 마이크로칩 확인조차 없이 오직 육안으로만 식별해 온 것이 드러났다.


내부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도공영사업공사 경기사업부장 A씨는 부친 소유의 소가 출전하는 체급 상금을 올리고, 정보를 미리 빼돌려 헐값에 소를 매입하는 등 사익을 챙겼다. 조교사 21명 중 12명은 가족 명의로 일명 ‘차명 소’를 179마리나 운영하며 대진표 정보를 이용해 불법 베팅을 하거나 ‘족보’를 만들어 공유했다. 승률 적중률은 무려 80%에 달했다.

시민단체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전국행동)은 성명을 내고 “비리와 학대의 온상이 된 청도 소싸움의 재개장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행동 측은 “경기 편성을 주무르는 간부가 자신의 부친 명의 소를 유리한 대진에 넣거나 상금을 조작하고, 내부 직원들이 ‘승리소 족보’를 만들어 사설 베팅에 활용한 정황까지 포착됐다”며 “이는 우리가 알던 민속놀이가 아니라, 동물을 볼모로 한 거대한 ‘사기 도박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소싸움 관련 이미지(사진=제미나이)

소싸움 관련 이미지(사진=제미나이)




◇약물 과다 주입 소, 출전시키고 사람 식탁으로

비리를 넘어 동물 학대 정황은 더 참혹하다.

출전 소의 86.7%가 다리를 저는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고, 뿔이 부러진 채 20분간 경기를 뛴 사례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동물자유연대는 “자연 상태의 초식동물은 서열 정리가 끝나면 싸움을 멈춘다”며 “죽을 때까지, 혹은 뿔이 부러질 때까지 싸우는 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학대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체 측은 이를 감추기 위해 강력 소염진통제, 국소마취제, 심지어 중추신경 흥분제 등 약물을 무분별하게 투여했다. 조사 결과 싸움소들에게 강력 소염진통제와 국소마취제, 심지어 향정신성 물질인 카페인까지 투여된 사실이 밝혀졌다.

시민단체들은 “수의사가 ‘90일 치료’를 권고한 부상 입은 소에게 진통제를 맞혀 한 달 만에 다시 경기장에 세우는 행위가 다반사였다”며 “고통을 느껴야 도망칠 수 있는 동물에게 약물을 주입해 공포와 통증을 마비시키고, 서로를 찌르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과연 ‘전통’이라 부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휴약 기간을 지키지 않고 도축된 약물 소가 식탁에 오를 뻔한 아찔한 상황도 지적됐다.

그럼에도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농식품부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침묵하고 있다. 사감위는 지난 10년간 단 28회 단속에 그쳤고, 농식품부는 명백한 규정 위반에도 불구하고 “개선하겠다”는 공사의 말만 믿고 재개장을 허가했다.

이와 관련 녹색당 측은 “청도 소싸움은 전통 계승이 아닌,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동물학대가 자행되는 도박판일 뿐”이라며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했다.

지난 16일 농림부 건물 앞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과 녹색당이 청도소싸움 재개장 반대 관련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사진=녹색당)

지난 16일 농림부 건물 앞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과 녹색당이 청도소싸움 재개장 반대 관련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사진=녹색당)


◇ 세계는 ‘동물 싸움’ 퇴출 중…역주행하는 韓 정부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청도 소싸움의 존속은 더욱 시대착오적이다. 소싸움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스페인조차 카탈루냐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투우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도 투우와 투견 등 동물을 이용한 싸움 경기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퇴출하는 추세다.

영국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이미 19세기에 동물 간의 싸움을 붙이는 행위를 야만적인 범죄로 규정했다. 유네스코 역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심사에서 동물 학대 요소가 있는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엄격히 배제하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K-컬처’가 세계를 선도하는 2026년에, 한국 정부가 세금을 들여가며 동물 학대성 도박 사업을 장려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자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

16일 농림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전면 투쟁을 예고한 전국행동 측은 “정부는 그동안 소싸움이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합법적 경기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법이 불법과 비리, 학대까지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며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총체적 부실과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도 재개장을 승인한 것은, 사실상 이러한 범죄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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