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셔터가 올라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대전 중구 은행동 골목은 이미 하루를 시작한 듯했다. 두툼한 패딩에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인도 가장자리를 따라 조용히 줄을 늘렸다. 손에는 커피, 발밑에는 작은 의자. 기다림이 일상이 된 풍경이다. 이들이 향한 곳은 겨울이면 유독 붐비는 성심당 케익부띠끄다.
맨 앞줄에 서 있던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작년에 딱 한 번 실패했다”며 웃었다. “조금 늦게 왔더니 이미 끝났더라고요. 오늘은 아예 마음 먹고 새벽에 나왔어요.” 그는 호텔 케이크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저었다. “가격도 그렇고, 여긴 기다린 만큼 확실히 남는 느낌이 있어요.”
◆새벽 공기를 가른 줄의 목적지
겨울 추위에도 딸기시루 케이크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성심당 케익부띠끄 주변 골목이 이른 아침부터 붐비고 있다. 뉴스1 |
맨 앞줄에 서 있던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작년에 딱 한 번 실패했다”며 웃었다. “조금 늦게 왔더니 이미 끝났더라고요. 오늘은 아예 마음 먹고 새벽에 나왔어요.” 그는 호텔 케이크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저었다. “가격도 그렇고, 여긴 기다린 만큼 확실히 남는 느낌이 있어요.”
◆새벽 공기를 가른 줄의 목적지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줄의 주인공은 ‘딸기시루’다. 겨울철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이 케이크는 위에 얹힌 딸기의 양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큼직한 딸기가 케이크 상단을 가득 덮고, 안쪽까지 과일이 채워진다.
무게는 2kg을 훌쩍 넘지만 가격은 5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비슷한 크기의 호텔 케이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예약은 없다. 현장 판매만 가능하다. 이 조건이 오히려 희소성을 키웠다. “오늘 안 사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겨울이 오면 자연스럽게 ‘오픈런’이 반복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에는 이른 새벽부터 줄이 인근 상가와 지하상가 입구까지 이어졌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웃돈을 얹은 되팔이 글과 구매 대행을 제안하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예약 없는 고집, 줄을 만든다
이 열기는 결국 형태를 갖췄다. 성심당은 최근 딸기시루를 형상화한 동상을 매장 앞에 설치했다. 창업 70주년을 맞아 가장 사랑받은 제품을 기념하자는 취지다. 동상 아래에는 이름의 유래가 적혀 있다.
처음 제품을 기획할 당시, 둥글고 묵직한 모습이 시루떡을 떠올리게 해 순우리말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대표 메뉴를 조형물로 남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본점 앞에는 1980년대 처음 등장한 ‘튀김소보로’를 본뜬 동상도 자리하고 있다. 성심당에선 빵이 단순한 상품이 아닌 시간을 함께 쌓아온 기록에 가깝다.
성심당 딸기시루 동상, 딸기시루 케이크. 성심당 인스타그램 |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문을 연 성심당은 이제 연매출 1000억원을 넘는 지역 대표 제과 브랜드가 됐다. 성장의 배경에는 변하지 않은 원칙이 있다. ‘그날 만든 빵은 그날에만 판다’는 고집이다.
남은 빵은 이웃과 나누는 관행도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창업주의 철학이 지금까지 운영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성심당은 유행을 좇기보다 지역과의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온 사례”라며 “딸기시루 동상은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해가 조금 더 올라와도 줄은 쉽게 줄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케이크 하나를 사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 시간을 들일 만하다는 확신이 그 줄을 붙들고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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