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급한 건 '카톡'으로 주세요" vs "내가 지금 벽 보고 얘기하냐"
상사 목소리 차단한 '노이즈 캔슬링'... 업무 몰입인가, 소통 거부인가
[파이낸셜뉴스] 토요일 아침이다. 지난주 '카톡 병가' 논쟁으로 뜨거웠던 사무실, 이번 주는 평화로웠을까. 이번엔 김 부장의 목청이 터질 뻔했던 '귀 막은 이 사원'의 이야기다.
◇ "이어폰 좀 빼지?" vs "잠시만요, 노이즈 캔슬링이라..."
월요일 오후 3시, 사무실. 김 부장(48·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션 너머 막내 이 사원(27)을 불렀다. "이 사원, 잠깐 이것 좀 봐주게."
대답이 없다. 김 부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원!" 여전히 모니터만 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이 사원의 귀에는 하얀색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상사 목소리 차단한 '노이즈 캔슬링'... 업무 몰입인가, 소통 거부인가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
[파이낸셜뉴스] 토요일 아침이다. 지난주 '카톡 병가' 논쟁으로 뜨거웠던 사무실, 이번 주는 평화로웠을까. 이번엔 김 부장의 목청이 터질 뻔했던 '귀 막은 이 사원'의 이야기다.
◇ "이어폰 좀 빼지?" vs "잠시만요, 노이즈 캔슬링이라..."
월요일 오후 3시, 사무실. 김 부장(48·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션 너머 막내 이 사원(27)을 불렀다. "이 사원, 잠깐 이것 좀 봐주게."
대답이 없다. 김 부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원!" 여전히 모니터만 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이 사원의 귀에는 하얀색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결국 김 부장은 이 사원의 자리까지 걸어가 어깨를 툭툭 쳤다.
그제야 이 사원은 화들짝 놀라며 이어폰 한쪽을 뺐다. "아, 부장님 부르셨어요? 죄송합니다.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기능을 켜놔서 안 들렸습니다."
김 부장은 기가 찼다. 업무 시간에 귀를 틀어막고, 상사가 세 번이나 불러도 못 듣는 상황. 그는 "여기가 자네 공부방인가? 일을 하러 왔으면 소통을 해야지,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으면 어떡하냐"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이 사원의 표정은 '이게 왜 혼날 일이지?'라는 듯 억울해 보였다.
◇ 김 부장의 항변: "사무실은 협업하는 공간이다"
김 부장에게 업무 중 이어폰 착용은 '단절'과 '거부'의 표시다. 사무실은 단순히 개인 업무만 처리하는 독서실이 아니다. 수시로 팀원들과 대화하고, 급한 업무 지시를 받고, 전화벨 소리에 반응해야 하는 '협업의 공간'이다.
김 부장은 "불러도 대답 없는 직원을 보면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라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바로 소통이 안 되는 것 자체가 업무 태만이자 비효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서 한쪽만 낄 수는 있겠지만, 양쪽 귀를 다 막고 '노이즈 캔슬링'까지 켜는 건 '너랑 말 섞기 싫다'는 시위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
◇ 이 사원의 반론: "소음을 차단해야 '능률'이 오른다"
반면 이 사원에게 이어폰은 생존을 위한 '방패'다.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 옆 팀의 잡담, 누군가의 통화 소리 등 개방형 사무실(Open Office)은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이 사원은 "복잡한 엑셀 작업이나 기사 작성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할 때 주변 소음은 치명적"이라며 "노동요(음악)를 듣는 게 아니라, 단지 소음을 차단하고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 기능을 켜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덧붙여 "부장님이 꼭 말로 불러야만 소통인가. 급하면 사내 메신저로 '잠깐 보자'고 하시면 바로 확인한다"며 "오히려 불쑥불쑥 말로 업무 흐름을 끊는 것보다 메신저 소통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 '집중'의 도구인가, '고립'의 상징인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이어폰 낀 신입사원'의 모습이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됐다. 실제로 한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업무 중 이어폰 착용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리자급의 60% 이상은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결과도 있다.
업무 효율을 위해 '나만의 고요함'을 추구하는 이 사원, 그리고 조직의 융화와 '즉각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김 부장. 과연 업무 시간 중 '노이즈 캔슬링'은 허용돼야 할까, 금지돼야 할까.
이번 주말,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효율을 위해 귀를 막은 후배를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어깨를 쳐야만 돌아보는 그 모습에 울화통이 터지는가.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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