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6 [사진=연합뉴스] |
[아이뉴스24 문장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 통합'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종교인 초청 간담회에서도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상생과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종교인들의 지혜를 구하며 거듭 국민 통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과거 역대 대통령들도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지역·성별·계층·세대 간 분열과 갈등은 오랜 사회적 문제고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 역시 이러한 분열의 병폐를 잘 알기에 통합을 강조하는 것이다.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보수 진영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을 전격 임명한 것도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민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국민 통합의 실체는 무엇일까. 사실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통합이기도 하다. 물론 모두가 하나의 생각, 하나의 행동을 하는 '전체주의적' 통합은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이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도 어떤 모습의 통합인지 구체적인 형태는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
국민 통합에 관한 하나의 구체적인 관점으로 한나 아렌트의 '다원성의 통합'을 제시할 수 있다. '다원성'은 아렌트 정치의 조건이다. 개인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며 공공영역에서 정치적 행위를 통해 서로 관계 맺고, '함께 있음'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내는 역동적인 과정의 통합이다. 결과적으로 아렌트의 '다원성의 통합'은 개개인의 '다름'을 전체의 '같음'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름'이 '함께' 공존하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혜훈 후보자 지명을 두고 "잡탕이 아닌 파란색 중심의 오색빛깔 무지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아렌트의 '다원성 통합'과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각자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무지개 속에 공동체로 공존하는 통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차이를 없애는 결과가 아니라, 차이가 공적 공간에 함께 드러나는 아렌트식 통합인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 통합은 선언이나 인사 한두 건으로 완성될 수 없다. 아렌트의 기준에서 보자면 통합의 성패는 누가 더 많이 동의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가 공적 공간에 남아 있는가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통합은 느리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통합이 속도를 명분으로 반대를 밀어내는 순간, 정치라는 공적 공간은 축소될 수 있다.
국민 통합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불편한 반대와 이질적인 의견이 배제되지 않고 드러날 수 있도록 설득과 토론의 과정이 필요하다. 통합은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우리는 이를 '민주적'이라고 부른다.
이 대통령의 '국민 통합' 역시 같은 시험대에 서 있다. 통합이 차이를 정리하는 언어가 아니라, 차이를 견디고 공존하게 하는 정치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다원성을 지우지 않는 통합, 침묵을 강요하지 않는 통합. 그 어려운 길을 실제 정치의 언어와 제도로 구현해낼 수 있을 때, 국민 통합은 비로소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될 것이고, 민주주의는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다.
/문장원 기자(moon334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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