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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청소… 엄마의 짐 "아아! 설거지부터 하자" [토요일 詩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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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

우리 집 보배


저녁밥 먹다가

엄마가 아빠보고 뭐라 뭐라 하니까

아빠가 엄마보고

"그러니까 당신은 우리 집 보배지."

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아빠보고

"흥, 주방장에다 당신 심부름꾼

당신 딸 가정교사에

날마다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꾼.

그래도 성 한 번 안 내니까

날 보고 보배라 하지.

보배라고 하면서 이렇게

막 부려먹어도 되는 거예요?"

하며 살짝 눈을 흘깁니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정말 일만 하는

일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가 내 뱃속에서」, 사계절, 2013년.


우리는 타인의 노동 덕분에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때가 많다. 새벽에 첫 전철을 탔을 때,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있었다.


밥을 한 끼 먹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이 땀 흘리며 농사를 지은 덕분에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먹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천주교인들은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하고 마음속으로 말하고 먹기는 하지만 농부들의 노고를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 동시 속의 아이는 아빠가 엄마 보고 우리 집의 보배라고 말하자 기뻐할 줄 알았는데 불만을 토로하니까 눈을 휘둥그레 뜬다. 그런데 엄마의 볼멘소리를 듣고 있자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옳다.



[사진 | 사계절 제공]

[사진 | 사계절 제공]


아빠가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겠지만 엄마가 집에서 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금전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일의 수고로움은 아빠의 일에 못지않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집안에서의 엄마의 노동을 너무 소홀히 취급한 것이 아닐까. 이 동시의 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육아, 교육, 청소, 요리 등 여성에게 지워 진 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남성은 그 역할을 이제 분담해야 한다. 정치가들은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돈을 줄 생각만 하지 말고 양육의 남녀 공동 분담, 가사노동의 남녀 공동 분담 등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아아! 일단 오늘 집안 청소와 설거지부터 하자.


이승하 시인 | 더스쿠프

shpoem@naver.com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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