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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최동수 인턴기자]
새롭게 출판된 책은 지적문화유산을 수집·보존하여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국가에 납본해야 한다. 출판사는 납본한 책 한 권 값을 보상금으로 받는다. 이런 납본 보상금 제도가 생성형 AI 등장으로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다. AI가 하루에 수십 권의 책을 찍어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창작자 예우와 생태계 보호라는 제도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 납본 보상금 규모는 작년 17억 원 돌파를 처음으로 앞두고 있다. 기술 진보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보상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갈취적인 행태 띄는 납본 보상금
1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2025년 한해 납본용으로 구매한 신간 서적은 총 18만5326권으로 이에 따라 지급한 보상금은 17억817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4년전인 2021년에는 16만9000여 권을 납본해 14억4212만 원을 지급했고, 2024년 2024년 17만7000여 권을 납본해 16억3597만 원을 지급했다. 보상금 규모가 확대된 시기가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한 시기와 맞물린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개인이 혼자서 수백 권의 책을 만들어 내거나, 하루 수십 권의 전자책을 발간하는 것이 가능해진 환경이 통계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만약 한 출판 업체가 AI를 활용해 정가 1만 원 짜리 책 1만 권을 제작해 납본할 경우 국가로부터 1억 원의 보상금을 받 수 있다.
◇ 납본 독려 목적 보상금 체계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개인이 혼자서 수백 권의 책을 만들어 내거나, 하루 수십 권의 전자책을 발간하는 것이 가능해진 환경이 통계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만약 한 출판 업체가 AI를 활용해 정가 1만 원 짜리 책 1만 권을 제작해 납본할 경우 국가로부터 1억 원의 보상금을 받 수 있다.
◇ 납본 독려 목적 보상금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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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납본제도는 도서관법에 근거한다. 도서관법 제21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행하거나 제작한 자는 그 발행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도서를 국립도서관에 제출해야 한다. 납본은 출판문화 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해 후대에까지 지식 재산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부여받은 모든 종이책과 전자책이 납본 대상이 된다. 납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해당 자료 정가의 1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출판사는 원칙적으로 보존용 1권과 열람용 1권, 총 2권을 납본한다. 보존용은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어 후대에 지식 유산을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열람용은 국립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서가에 비치된다. 그리고 저작권 명목으로 열람용 1권에 대한 보상금을 국가로보터 지급받는다. 통상적으로 도서 정가 100%로 보상금이 책정된다. 도서 정가가 1만원이라면 보상금으로 1만원이 책되는 식이다.
이런 납본 보상금은 건강한 출판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납본 보상금은 국가가 지식 자산을 보존하는 대가로 저작자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최소한의 예우이자 장치"라며 "창작자들이 자신의 지식이 평생 보존된다는 프라이드를 느끼게 하고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 출판 생태계 시스템 악용하는 'AI 활용' 서적 출간
하지만 AI 확산이 건강한 출판 생태계 구축하는 시스템을 악용하면서 출판업계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세금 낭비라는 국가적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국립중앙도서관 ISBN/CIP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A출판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2024년 7월부터 지금까지 9900여 권을 출간했다. 하루 기준으로 평균 20권에 가까운 책이 세상에 나온 셈이다. B저자는 4개월 동안 혼자 137권의 책을 집필했다. 인간의 고뇌와 성찰이 담긴 창작 활동이라기보다 데이터 대량 생산에 가까운 업태를 보이며 출판 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희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저품질 AI 도서의 무차별 확산은 단기 비용 절감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과 국제 신뢰도를 동시에 저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서 유통과 유용성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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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를 활용한 기계적 출판이 납본 보상금을 노리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어 규제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ISBN 발급 요건을 강화해 초기 단계부터 필터링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남영준 교수는 "ISBN은 본래 도서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표준 식별 부호라 쪽수나 판형 등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면 발급이 가능하다"며 "국가 기관이 중간에 개입해 도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방식은 자칫 검열이라는 더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납본 보상금 지급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실질적인 유통 실적이나 시장에서의 유용성을 기준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실제로 판매가 이루어지거나 독자의 선택을 받은 도서에 한해 보상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AI를 활용한 창작 자체를 막지 않으면서도 보상금만을 목적으로 한 유령 도서 납본 형태를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남영준 교수는 "책이라는 매체는 기본적으로 유통을 전제로 자신의 지식을 사회에 내놓는 행위"라며 "특정 출판사의 도서들이 시장에서 전혀 소비되지 않으면서 납본 보상금만을 수령하고 있다면 이는 지식 전달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인 유통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지식의 품질을 평가하는 검열과는 결이 다른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라고 덧붙였다. /eastsu@sedaily.com
최동수 기자 easts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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