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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0초 마다 아찔’ 성수동 연무장길… “걷기 무서워요” 보행 안전 비상

조선비즈 이호준 기자;김관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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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해도 벌써 차와 두 번이나 부딪힐 뻔했습니다. 강남이나 연남동도 이 정도는 아닌데, 왜 이렇게 차가 많은지 모르겠네요.”

지난 14일 낮 12시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만난 김모(27)씨는 연신 주변을 살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차로 남짓한 좁은 도로 위에는 수백 명의 관광객과 자동차, 상가 적치물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보행자들이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토바이와 택시, 대형 트럭이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집고 들어왔다.

최근 MZ세대와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 일대가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모호한 도로 구조 탓에 보행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행정 당국은 주민 불편 등을 이유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도·차도 구분 없는 연무장길

이날 찾은 성수동 중심 거리인 연무장길은 체감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인파가 몰렸다. ‘두바이쫀득쿠키’로 유명한 카페와 팝업스토어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섰고,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 위로 보행자들이 그대로 걸어 다녔다. 택시와 트럭은 10초에 한 대꼴로 들어왔지만, 차 앞뒤를 사람들이 가득 메우면서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자동차 속도가 발걸음보다 느릴 정도였다.

다른 날 역시 사고 위험은 여전했다. 지난 2일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거나 대화를 나누던 관광객들이 차와 부딪힐 뻔한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특히 교차로에서는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며, 사람들 사이를 차가 비집고 지나가거나 보행자들이 차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관광객 이모(30)씨는 “사람도 많은데 차까지 계속 들어오니 걷는 내내 불안하다”고 했다.

1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의 모습. 주정차된 자동차 옆으로 택시와 보행자들이 뒤섞여있다. /이호준 기자

1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의 모습. 주정차된 자동차 옆으로 택시와 보행자들이 뒤섞여있다. /이호준 기자



성수동이 복잡해진 배경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유동인구 영향이 크다. 무신사, 쏘카 등 기업 사옥이 잇따라 들어서며 유입된 직장인에 더해 카페와 팝업스토어를 찾는 관광객까지 몰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성수동 카페거리는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서울 내 골목 상권 1090곳 가운데 매출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동인구는 1헥타르(1만㎡)당 7만6000명 남짓으로 1년 전보다 6500명 넘게 급증했다. 성수역과 경수초, 성수초 등 주변 상권도 모두 3개월간 1헥타르당 유동인구가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7500명까지 늘었다.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의 모습. 가게에서 설치한 펜스로 도로가 좁혀져있다. /이호준 기자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의 모습. 가게에서 설치한 펜스로 도로가 좁혀져있다. /이호준 기자



◇인도엔 펜스, 차도엔 노상 주차장… 도로 폭 좁혀

보행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또 있다. 대기 줄이 긴 매장 앞에 설치된 임시 펜스가 통행로를 2~3m가량 좁히면서 보행자들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상가에서 내놓은 물품이나 간이 구조물이 유모차와 휠체어의 통행을 가로막는 경우도 허다했다.

도로 곳곳에 마련된 노상 주차장 156개도 혼잡을 키우고 있다. 일부 골목은 주차된 차량을 제외하면 도로 폭이 6m도 채 되지 않아, 차와 사람이 스치듯이 지나가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인근에는 무신사 등 주요 기업 사옥 공사장에 드나드는 대형 트럭들의 불법 주정차까지 가세하며 안전사고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의 모습. 도로 위에 자동차와 보행자들이 뒤섞여있다. /이호준 기자

1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의 모습. 도로 위에 자동차와 보행자들이 뒤섞여있다. /이호준 기자



◇“차 없는 거리 확대” vs “주민 반대 우려” 평행선

현재 성동구는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주말 오후 시간대에 한해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평일 점심시간대에도 통행 제한을 시행하는 ‘덕수궁 돌담길’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성동구 관계자는 “평일은 거주자와 상인들의 차량 통행이 잦아 제한을 확대할 경우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우려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영국 런던 엑시비션 로드(전시회 거리) 전경. /영국 켄싱턴궁

영국 런던 엑시비션 로드(전시회 거리) 전경. /영국 켄싱턴궁



전문가들은 차량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보행자와 차량이 공존할 수 있도록 거리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사례도 있다. 영국 런던의 엑시비션 로드는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없애는 대신, 차량 주행 방향과 반대되는 대각선 무늬를 도로에 그려 운전자에게 저속 운행을 유도했다. 사고는 줄고 관광객은 늘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일부 구역을 보행자 전용 도로로 지정하는 ‘수퍼 블록’을 도입해 차량 흐름을 외곽으로 돌렸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성수동 연무장길은 도로 확장이나 전면 보행자 전용화가 어려운 구조”라며 “아스팔트 포장을 보행자 친화적인 재질로 바꾸는 등 운전자에게 ‘보행자 우선’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안전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김관래 기자(ra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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