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산책로. 영하권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러닝을 마친 직장인 김준호(45·가명) 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석 달 전 “올해는 앞자리를 바꿔보자”며 러닝화를 신었지만, 이날 아침 마주한 체중계는 시작할 때와 같은 숫자를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퇴근 후 30분씩, 일주일에 세 번은 꼭 한강을 달렸다”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었는데도 몸무게가 그대로라 허탈했다”고 말했다. “운동 체질이 따로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전문가들은 김 씨의 노력이 헛수고였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몸이 반응할 만큼의 ‘누적 시간’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퇴근 후 30분씩, 일주일에 세 번은 꼭 한강을 달렸다”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었는데도 몸무게가 그대로라 허탈했다”고 말했다. “운동 체질이 따로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운동량은 늘었지만 체중 변화가 없어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의 관건은 ‘운동의 종류’보다 ‘누적 시간’이다. 게티이미지 |
전문가들은 김 씨의 노력이 헛수고였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몸이 반응할 만큼의 ‘누적 시간’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150분은 넘어야 한다”…다이어트에도 기준선이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의 분석은 이 같은 의문에 비교적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성인 6800여 명의 데이터를 종합해 살펴본 결과, 유산소 운동이 체중 감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기준을 넘어야 했다. 주당 누적 150분이다.
17일 연구에 따르면 주당 150분 미만으로 운동한 그룹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체중 변화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이 기준을 넘긴 뒤부터는 감량이 서서히 나타났고, 주당 300분 이상을 채운 경우에는 변화 폭이 더 컸다.
연구팀은 “운동을 얼마나 세게 했는지보다, 일주일 동안 얼마나 시간을 쌓았는지가 결과를 갈랐다”며 “짧고 강한 운동을 간헐적으로 하는 것보다, 다소 낮은 강도라도 꾸준히 누적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체중계는 멈춰 있어도, 허리는 먼저 반응한다
몸무게가 그대로라고 해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운동 초기에 체중보다 먼저 반응하는 지표는 따로 있다. 바로 허리둘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량이 늘어나 체중은 쉽게 줄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내장지방이 줄면 허리둘레는 분명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 관점에서는 체중계 숫자보다 허리 변화가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서도 체중보다 허리둘레 감소가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숨이 찰 정도의 빠른 걷기나 조깅을 병행했을 때 내장지방 감소 효과가 더 뚜렷했다.
◆틈새 운동도 ‘적금’처럼…결국은 누적의 문제
김 씨는 “무작정 세게 뛰어야만 살이 빠지는 줄 알았다”며 “이제는 헬스장에 못 가는 날에도 출퇴근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식으로라도 시간을 채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는 방식도 일정 효과는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일상 속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계단 이용, 빠른 걸음 이동, 짧은 산책 역시 모두 유산소 운동에 포함된다.
땀을 흘려도 숫자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운동이 부족해서가 아닌 몸이 반응할 만큼의 시간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섭취 열량이 줄지 않는다면 운동만으로 체중을 빼기는 쉽지 않다. 단 음료, 초가공 식품, 잦은 야식은 운동 효과를 상쇄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운동은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몸이 반응할 만큼의 시간이 채워졌을 때, 비로소 결과로 돌아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