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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뒤에도 기차는 계속 지나간다 [도서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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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제 기자]

<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다산책방 펴냄.

1917년 여름, 한 남자는 산불로 가족과 집을 모두 잃는다. 데니스 존슨의 <기차의 꿈>은 이 비극적인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소설이 향하는 곳은 재난 자체가 아니다. 이후의 삶, 잃고도 계속 이어지는 시간에 시선을 둔다.

주인공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아이다호의 숲과 철도 현장을 오가며 살아온 노동자다. 벌목을 하고, 철길을 놓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던 삶은 산불 한 번으로 끝난다. 이후 그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살아간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그의 하루는 느리게 흐른다. 극적인 사건 대신 도끼질하는 소리, 나무 냄새, 강물의 흐름 등 일상의 장면이 이어 붙으며 그의 삶이 된다.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나 고통을 보상하는 구원을 말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잃은 이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 그 상태 자체를 따라간다. 슬픔은 설명되지 않고, 고독은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삶은 멈추지 않는다. 나무가 우리를 친구로 대해주는 건 우리가 건드리지 않을 때뿐이라는 말처럼, 세계는 늘 조용히 인간의 곁을 지나간다.

제목과 달리 기차는 주요한 소재가 아니다. 기차는 그레이니어의 삶을 관통하는 배경처럼 반복해 등장한다. 한때는 기차가 지나가는 철도를 놓는 노동자로 살았고, 한 번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탄 기차 근처에 서 있기도 했다. 그의 삶을 보여주는 풍경들 속에서 20세기 초 변화하는 미국 사회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기차는 목적지가 아니라, 그의 삶 곁을 스쳐 지나가는 문명과 시간의 흐름에 가깝다.

기차는 근대화와 문명의 진보로 해석할 수도 있고, 주인공이 경험한 시대적 변화로도 본다. 그렇게 해석하기 나름이라면, 이렇게 읽어볼 수도 있다. 우리가 기차를 타고 가면 풍경은 지나친다. 감탄스러운 풍경에도 멈춰서 더 구경할 수도 없다. 저 풍경에서 무엇이 일어나든, 기차는 제시간에 맞춰 제 길을 간다.

문명은 스쳐 가고, 인간은 정해진 시간만큼 묵묵히 살아간다. 이 소설이 오래 읽히는 이유는 바로 이 거리감에 있다. 절제된 문장과 눌린 감정, 과장도 설명도 없는 서술 속에서 삶의 무게가 남는다. 책은 한 인간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고 누구에게나 사는 동안 감당해야 할 자기 몫의 슬픔과 고독이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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