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3일, 이란 정부의 시위대 진압 이후 카흐리자크 검시소에 시신 수십 구가 놓여 있다./AFP 연합뉴스 |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현재까지 300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란 보안군이 최대 10억 토만(약 1000만원)의 ‘시신 인수 수수료’를 유족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건설 노동자 월급이 100달러(약 14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이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유족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부조리를 느낀 병원 직원들이 “보안군이 와서 돈을 뜯어가기 전에 빨리 시신을 찾아가라”고 유족에게 연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성은 BBC에 “이렇게 간신히 남편의 시신을 찾았다. 아이들을 트럭 앞좌석에 앉히고 나는 뒤쪽 짐칸에서 남편을 붙잡고 7시간 동안 울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돈이 부족한 유족에게 “친정부 선전에 참여하면 무료로 시신을 넘겨주겠다”고 압박하기도 한다. 아들을 잃은 한 부모는 ‘아들이 시위대가 아닌 민병대 소속이었다고 하고, 정부가 아니라 무장 시위대에 희생된 순교자로 둔갑시키라’는 정부 요구를 거부했다고 했다. 당국이 임의로 시신을 처분할까 봐 보관소에 침입해 시신을 되찾아 오는 사례도 알려졌다.
이란 현지는 혁명수비대와 보안군이 주요 길목을 차단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다. 당국은 “진압에 군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 소식통은 본지에 “보안군이 부상자가 입원한 병원까지 와서 ‘확인 사살’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일단 잦아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소강 국면이라기보다는 당국의 유혈 진압에 일시적으로 위축됐을 뿐이라는 평가다. 신정 체제의 경제 실정과 부패라는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언제든 다시 불길이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테헤란 주민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거리에는 죽음과 슬픔, 분노가 만연해 있다”고 했다.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했지만, 참혹한 시신 사진 등이 블루투스 메신저를 통해 징검다리식으로 전파되며 정권에 대한 반감이 물밑에서 커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과거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던 온건파 정치인들이 가택연금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체제 성향 텔레그램 채널 자유이란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이 미국·이스라엘과 공모한 혐의로 가택연금됐다는 미확인 정보가 확산했다. 친정부 성향 소셜미디어 매체 이란옵서버도 이 정보를 인용 보도했다. 과거 미 오바마 행정부와 핵 협상을 했던 온건파 인사들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전후해 협상 창구로 삼을 수 있다. 이에 이란 정권이 사전 차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타격할 경우 정권 붕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중동 내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백악관 참모진의 보고를 청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규모 공격에 나설 가능성에 맞춰 군사 자산을 배치하라”고 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파리=원선우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