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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박훈상]국면전환용 특별감찰관은 반드시 실패한다

동아일보 박훈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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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정치부 차장

박훈상 정치부 차장

‘대통령과의 관계, 한글과 한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배우자 이름….’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인 2016년 8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실이 입주한 한 빌딩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폐기 문서의 내용이다. 50kg 무게의 대형 비닐봉지 4개에는 4mm 너비의 칼국수 면발 모양으로 파쇄된 자료들이 담겨 있었다. 동료 기자와 잘려 나간 문서 조각을 하나씩 붙여가자 특별감찰관의 활동상이 드러났다.

폐기 문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인척 관련 개인정보였다. 감찰 대상자는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이다. 연령별로 구분된 자료에서 1950년대생만 50명이 넘고 박 전 대통령의 외가, 친가 친인척의 이름이 여럿 적혀 있었다. 특별감찰관이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박 전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씨 이름도 포함됐다. 주민등록등본 원본과 건물, 회사 등기부등본, 원본 직인이 찍힌 서류도 발견됐다.

‘수석비서관’ 관련 내용도 있었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에는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 포함된다. ‘감찰 착수 경위’ ‘비위 정보’ ‘대상자들의 청탁 행위’ ‘선거 자금’ 등의 단어가 보였고, “…했습니다” 등 조사 대상자의 진술 내용이 기록된 문서도 있었다.

당시 복원한 문서로 유추했을 때 특별감찰관의 첩보 수집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특별감찰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2016년 9월 사퇴했다. 3개월 후 박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두고 “국면전환용 특별감찰관의 실패”라고 단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을 취임 2년이 지난 2015년 3월에야 임명했다.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되자 등 떠밀리듯 임명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모든 정보와 권력을 민정 라인이 장악한 뒤였다. 특별감찰관이 국정농단을 인지했더라도 터뜨리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했다. 권력을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를, 권력이 위기 회피용으로 꺼내 쓰는 카드로 전락하는 순간 힘을 잃는 것이다.


10년 전 취재 기록을 다시 들여다본 이유는 새해에도 청와대의 특별감찰관 도입 의지가 미적지근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특별감찰관 즉각 임명 및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7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하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 그런데 빨리 추천한다고 무슨 이득이 있냐. 국회에 추천해달라고 막 조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측근 문제가 터지면 쓸 ‘국면전환용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근 여권 핵심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발로 공천헌금 의혹 등 ‘부패 리스크’가 불거졌다. 지금 청와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 특별감찰관 도입이다. 이 대통령이 “돈이 마귀라고 생각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백번 경고하는 것보다 권력 최정점인 청와대에 엄격한 감시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래야 그 경고가 집권 여당과 각 부처 장차관을 넘어 공직 사회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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