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혜 교수 (동덕여대 글로벌MICE융합학부) |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K-컬처, 온 국민이 누리고 세계를 품는다’는 기치 아래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K-컬처’를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국가 경제를 견인할 ‘미래 핵심 성장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산업 규모를 500조원 이상 확장한다는 로드맵과 목표를 제시했다. 대규모 K-컬처 축제인 ‘페노미논’(FANOMENON), 입국심사 간소화 등을 통해 K-컬처 팬덤을 수출과 투자, 산업 협력 등 실제 성과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플랫폼으로서 마이스(MICE)의 기능이다. 컨벤션과 전시, 이벤트를 아우르는 마이스가 K-컬처 열풍을 확산하는 관문이자 촉매제는 물론 성과를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스는 산업 간 교류와 거래를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개최 도시와 국가에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 확장, 양질의 비즈니스 기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전시연맹(UFI)에 따르면 2023년 전시 산업은 연간 3680억유로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참가, 관람을 위해 전시·박람회를 찾은 인원만 3억 18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은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국제회의 개최 건수에서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높은 K마이스의 위상과 경쟁력에 콘텐츠가 더해져 새로운 수출·투자 성과를 올린 사례는 KCON이 대표적이다.
CJ ENM의 KCON은 콘서트와 전시 요소를 결합하는 시도를 통해 K-컬처 팬덤을 수출, 투자와 같은 경제·산업적 성과로 확대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는 사흘간 12만 5000명(2024년 기준)이 넘는 인원을 끌어 모으는 KCON의 저력과 효과에 주목해 지난해 KCON Day(8월 1일)을 선포했다.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방송영상콘텐츠마켓(BCWW)은 2024년 약 2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400억원이 넘는 수출 상담액을 기록하며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마이스의 기능을 입증했다.
단순한 현상인 ‘흥행’을 구체적인 성과인 ‘계약’으로 바꾸는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K-콘텐츠와 마이스의 결합을 체계화하고 표준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입체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먼저 컨벤션(국제회의)을 산업 활성화의 ‘두뇌’로 활용해야 한다. 기능적으로 콘퍼런스 등 컨벤션은 의제를 정하고 투자 신호를 정렬하는 지식 시장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강연, 발표를 통한 정보,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전 피칭과 1:1 상담 등 비즈니스 요소를 더하고, 세션마다 양해각서(MOU), 정책 로드맵 등과 같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컨벤션의 주무대인 연단이 곧 시장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전시회를 수출 증진의 파이프라인으로 삼아야 한다. K-컬처 글로벌 팬의 관심을 구매와 라이선스 계약으로 옮기는 B2B 쇼케이스를 상시 운영하고, 바이어 매칭 노하우를 통합 관리하는 CRM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시회를 ‘보여주는 공간’에서 실제 계약이 체결되는 ‘거래의 현장’으로 기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벤트가 K-컬처 글로벌 팬덤을 시장으로 바꾸는 스위치로 활용해야 한다. 공연과 기업 부스를 묶고 실시간 결제, 물류 시스템을 탑재하면 널리 퍼져있는 K-컬처 글로벌 팬들을 즉석 구매자이자 잠재적 투자자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지역에선 스타트업 피칭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방문 수요를 확보하고 비즈니스 성과도 높이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해 볼 수 있다.
AI(인공지능) 기반 ‘마이스 테크’ 스타트업 육성도 필수적이다. AI 활용도를 높이면 마이스 행사 참가자의 여정을 최적화하고 바이어 매칭 등 운영의 효율성은 물론 계약 체결 가능성 등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마이스를 수출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대형 행사를 스타트업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야 한다.
마이스 인재 생태계 역시 현장과 맞닿아야 한다. 대학과 지자체(컨벤션센터, 컨벤션뷰로 등)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AI 데이터 오퍼레이터 양성을 늘려야 한다. 이래야만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실무형 인력을 육성하고 산업 성장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K-컬처의 열풍은 듣기 좋고 보기에 좋은 ‘환호’가 아니라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플랫폼으로서 마이스의 기능, 마이스테크 등 스타트업과 인재 육성 등이 궤를 맞춰 돌아갈 때 K-컬처가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