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자신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409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8개 형사 재판 중 처음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특검은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재판부는 양형(적정한 처벌의 정도)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대통령의 독단과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을 경시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령으로서 법질서를 존중해야하는 의무를 저버린 채 수사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며 “대통령의 막강한 영향력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수사 초기·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펼쳤던 방어 논리를 하나하나 깨트렸다. 이번 판단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해당 재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5개 혐의 중 4개 혐의 유죄 인정
윤 전 대통령은 크게 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➀체포방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다. 해당 혐의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통령경호처직원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막게 함으로써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그간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받은 체포영장도 위법·무효”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내란·외환 죄를 제외하면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수사 자체는 가능하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가 이를 수사할 당시 대통령은 용산구 관저에 거주했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는 관할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방어 논리로 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체포를 위한 수색의 경우 형사소송법 11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역시 문제가 없다고 봤다.
➁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혐의 역시 유죄였다. 계엄 선포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을 소집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은 국민의 기본권을 다각도로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국무회의 심의를 명시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을 막기 위한 것인데 윤 전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의 기밀성을 위해 국무위원 전체에게 통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무적 한계가 있었을 뿐 국무위원 심의권을 무력화하려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평상시 보다 더욱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충실히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한 경우 국무위원 일부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예외규정도 없다”며 “ 계엄 선포 사유를 보더라도 이를 정당화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➂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도 유죄였다. 계엄 이후 수사를 우려해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과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에게 비화폰 통화내역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 통화내역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본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수사 공무를 방해하고 경호처 공무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으므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➃계엄선포문 사후작성 및 폐기 혐의도 유죄였다. 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이를 파쇄하게 한 혐의가 인정됐다. 다만 이 허위의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이 문서를 폐기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거나 외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➄외신 허위공보 혐의는 무죄였다.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외신 대변인에겐) 특정 사안에 관한 대통령 입장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작성해 전달하는 의무가 있을 뿐 사실관계를 가려내거나 판단하는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란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의 본류 격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지난 14일 사형을 구형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는 다음달 19일 오후 3시로 선고 일정을 잡았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 사건을 포함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서 기소된 총 8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징역 5년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의 일방적인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는 판결“이라며 “판사가 법리를 만든 것 같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