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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공시 규제는 가속…배임죄 정비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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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령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기업 공시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주주 충실의무 강화를 통해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경영 판단에 따른 형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배임죄 정비는 대체 입법 논의가 정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이어진 상법 개정 드라이브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달 중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앞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1차 상법 개정안은 2025년 7월 공포돼 이미 법제화됐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은 2차 개정안 역시 같은 해 9월 공포됐다.

다만 일부 조항은 시행 유예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민주당은 일련의 상법 개정이 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증시 저평가를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과 맞물려 기업 공시 규제 강화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공시 제도 전반의 개편 필요성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지배구조와 배당 정책, 임원보수, 대주주 거래, 합병·유상증자·자기주식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공시를 확대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이행 여부를 보다 실질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본비용(COE)을 함께 제시해 배당 정책의 합리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 보수·RSU 공시까지 거론…기업 부담 현실화


공시 강화 논의는 임원 보수와 성과 보상 구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주도했던 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현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참여 인사)은 토론회에서 이사·감사·집행임원의 보수 총액에 급여와 상여뿐 아니라 주식 기준 보상까지 포함하고, 과거 3년 치를 비교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경우 부여 시점에 소득으로 인식되지 않아 보수 총액에서 누락될 수 있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그는 "성과에 따른 보상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과 규모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투자자들이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보상 구조를 평가할 수 있다"며 "해외 주요 시장처럼 보다 상세한 공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국내 보상 체계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직된 상황에서 공시 의무만 확대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제도 유연화와 병행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공시 강화로 신뢰 회복…배임죄 보완은 공백

민주당은 공시 제도 강화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공시 규제 강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공시 규정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상법과 공시 규제가 연이어 추진되는 것과 달리, 배임죄 폐지 또는 전면 개선을 둘러싼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2025년 당정 협의를 통해 형법상 배임죄 폐지와 대체 입법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처벌 공백 우려와 제도 실효성을 둘러싼 반발로 논의가 정체된 상태다.

이로 인해 경영 판단 결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형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기업 이사회와 투자자 모두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규제는 가속, 완충은 지연…시장 불확실성 변수

시장에서는 주주 권한 강화라는 정책 방향 자체보다, 규제 추진 속도와 보완 장치 간의 불균형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한다.

상법과 공시 규제는 빠르게 진전되는 반면, 경영 판단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뒤처지면서 투자와 자본정책 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주주 보호 강화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형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만 확대되면 시장 전반의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현장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토론회에서 "잇따른 제도 개편이 기업들에는 공시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며 "이사가 어떤 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견·중소 상장사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주 충실의무와 공시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내부 통제 체계와 사외·독립이사 지원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며 중견·중소기업을 고려한 보완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주주 중심 제도 개편이 실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규제의 속도와 범위, 완충 장치 간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정책 효과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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