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현 기자] 정부 주도의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주전인 제2차 중앙계약시장 입찰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번 입찰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돌파구가 절실한 국내 배터리 3사에게 단기 수주를 넘어 국내 ESS 레퍼런스의 중장기 전력시장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고를 낸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선정 입찰이 마감된다.
1조원대 규모의 이번 2차 입찰은 2027년까지 육지와 제주에 각각 500MW(메가와트), 40MW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고를 낸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선정 입찰이 마감된다.
1조원대 규모의 이번 2차 입찰은 2027년까지 육지와 제주에 각각 500MW(메가와트), 40MW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번 공고의 핵심은 비가격 요소의 비중 확대다.
정부는 기존 '가격 60점·비가격 40점'에서 '가격 50점·비가격 50점'으로 조정했다. 변별력의 중심을 기술력과 안전성으로 옮긴 것이다.
안전성(셀·모듈·랙 설계, 화재 대응 체계) 시스템 통합(BMS·EMS·PCS 연동) 납기·공급 안정성 운영·유지보수(O&M) 역량 실증·운영 레퍼런스 등이 종합 평가될 예정이다.
특히 화재 및 설비 안정성 배점이 대폭 강화됐다. 배터리 자체의 화재 안전성 항목은 기존 6점에서 11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 배점 역시 상향되며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배터리 3사에게 유리한 고지가 마련됐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공습을 차단하고 고품질 국산 배터리를 채택한 컨소시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후부는 "배터리 화재 안전성에 대한 배점을 상항하며 ESS 공급망 요소를 포함해 전체적인 산업 경쟁력 평가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1차 입찰, 삼성SDI 싹쓸이
앞서 지난해 실시된 1차 입찰은 총 563MW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추진됐다. 총 8개사가 낙찰에 성공했으며 이 중 76%를 삼성SDI가 차지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소량 수주에 그쳤고, SK온은 한 건의 물량도 따내지 못하며 고배를 마셨다.
당시 삼성SDI는 가격 경쟁력보다 안전성·신뢰성·장기 운용 경험을 중시한 평가 구조가 삼성SDI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원계(NCA) 기반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강력한 화재 차단 시스템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던 컨소시엄들을 따돌렸다.
특히 국내외 ESS 화재 이슈 이후 강화된 셀 설계, 열관리, 시스템 통합 역량이 점수 차이를 벌렸다는 분석이다.
이번 2차전 역시 삼성SDI의 견고한 '수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탈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Samsung Battery Box) 2.0\'. 사진=삼성SDI |
3사 3색 전략…'안전성·국산화' 경쟁 치열
배터리 3사는 강화된 안전성 기준에 맞춘 각기 다른 전략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SDI는 'SBB(삼성 배터리 박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세워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BB는 20피트(ft) 크기의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안전장치 등을 통합 설치해 고객 편의성과 성능을 극대화한 삼성SDI의 전력용 ESS 배터리 솔루션이다.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 배터리 폼팩터에 독자 개발한 함침식 소화 기술(EDI)과 No TP(열확산 방지) 기술 등을 적용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화재 안전성을 확보했다.
화재 예방 시스템이 내장된 일체형 ESS로 '초격차 안전성'을 강조하며 독주 체제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다만 비가격 평가가 확대됐다고 해도 총점 구조상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삼성SDI가 어느 수준까지 가격 방어에 나설지가 관전 포인트다.
삼성SDI 관계자는 "파우치 배터리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의 장점과 첨단 안전성 기술을 토대로 국내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에서 국내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추진 기념 행사를 개최하고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국산'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산 저가 LFP와 차별화되는 품질과 통합 솔루션 역량을 어필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연간 1GWh규모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해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최근 한국전력의 계통 안정화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실적을 쌓은 데 이어 한국전기안전공사와 손 잡고 국내 ESS 안전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ESS 분야에서 수주와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온 역시 최근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국내 최대인 연간 3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춰 내년 초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안전성 면에선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술을 적용해 화재 발생 최소 30분 전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ESS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편 정부는 입찰 마감 후 서류 심사와 기술 평가를 거쳐 내달 중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ESS는 배터리 기업들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떠올랐다"며 "이번 중앙계약시장 수주 결과는 향후 북미·유럽 등 글로벌 전력망 ESS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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