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6일 소위 2차 특검법(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종결 표결로 24시간 만에 무력화하며 통과시킨 이번 법안은 이미 180일간 전방위 수사를 마친 기존 3대(김건희·내란·채 해병) 특검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수사 대상이 대부분 겹쳐 ‘미진한 부분 진상 규명’이라는 명분보다는 130여일 앞으로 다가온 6·3지방선거를 겨냥한 재탕 특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수사 기간이다. 수사 기간이 최장 170일에 달해 특검이 이번 달 말 출범하면 13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기간 내내 수사가 이어지게 된다. 선거 기간 내내 특검 발(發) 수사 상황이 언론을 도배하며 선거판을 흔들 것이 자명하다. 수사 인력도 최대 251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 심의를 거치며 더 커졌다. 내란 특검(최대 267명)과 비슷하고 김건희 특검(최대 205명)보다도 큰 ‘매머드급 특검’이 된 것이다. 예산도 만만치 않다. 3대 특검에 500여억원이 투입됐는데, 2차 특검에 150억원가량이 들 것이라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다. 이미 내란 특검이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또다시 방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수사를 반복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수사다.
수사 대상도 논란이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군 등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지시·수행한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 대상에 담았다. 여권 일각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 계엄에 동조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넣은 것이다. 야권의 유력 지방선거 후보들을 수사 사정권에 묶어두겠다는 의도라고 야당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선 당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이에 대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이 무효 처리되고 국민의힘은 선거 보조금 약 40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여당의 손발을 묶으려는 정략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중립을 지켜야 할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실상 3대 특검을 재차 연장하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냈겠는가. 여권 인사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까지 “다시 특검 정국으로 가면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을 민주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3대 특검이 파헤칠 만큼 파헤친 만큼 이젠 미흡한 부분은 국가수사본부 등 기존 사법 체계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통합’과 ‘정치보복 근절’을 수시로 강조해 왔다. 어제도 청와대 여야 지도부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특검 강행으로 인해 오찬 간담회에 국민의힘이 불참하는 등 협치는 실종되고 대치 정국이 심화하고 있다. 특검은 수사로 규명하기 어려운 사안에 한해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새로운 범죄 사실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여권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특검을 원할 때마다 카드로 활용하려고 하면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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