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8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국장급 간부들. 왼쪽부터 조영호 기획조정관, 안성율 정책교육국장, 서수정 침해조사국장, 전민영 차별시정국장, 박홍근 군인권보호국장, 송호섭 교육협력심의관.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
“앞으로 다른 직원들도 위원장을 비판하거나 사무처 지도부에 항의하면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정기인사에서 1년 만에 행정법무담당관실로 발령받은 침해조사국 조사총괄과 ㄱ조사관(5급)이 말했다. 앞서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ㄱ조사관의 인사를 두고, 평소 안 위원장과 인권위 현실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직원에게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글들이 오르며 논란이 이어졌다. ㄱ조사관은 16일 오전 한겨레와 만나 “안창호 위원장이 특정 직원을 찍어 부당하게 인사를 강행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어, 이에 대해 내부 게시판에서 실명으로 적극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ㄱ조사관은 지난해 11월 김재석 차별시정총괄과장을 시작으로 한 달여 간 3·4급 과장과 사무처 직원 42명이 실명으로 안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릴 때 행동을 함께했다. 특히 지난해 12월19일 안창호 위원장 거취에 대한 긴급안건이 논의된 확대간부회의에서 “위원회가 이렇게 침몰해 가는데 사무총장과 국장은 무엇을 하나. 당신들을 사무총장과 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일로 ㄱ조사관이 안 위원장은 물론 이석준 사무총장 등 인권위 간부들 눈 밖에 났다는 게 인권위 직원들 설명이다.
실제 인권위가 지난 13일 발표한 정기인사안에서 ㄱ조사관은 조사총괄과 발령 1년만에 행정법무담당관실로 발령받았다. 발령 뒤 3년 근무가 원칙인 인권위 인사관리규정을 어긴 데다,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직원을 노조활동이 제한되는 행정법무담당관실로 보낸 것이다. 이에 한 직원은 인권위 내부망에 글을 올려 “지나치게 과한 인사이고 인사권한의 폭거”라고 했다. ㄱ조사관도 글을 올려 “보복인사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적었다.
노동조합도 비판 성명을 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지부장 문정호)는 16일 성명을 내어 “이번 내정안을 인권위 지부 조합원에 대한 보복인사로 규정하고 안창호 위원장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인권위 지부는 “기관장의 인사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ㄱ사무관에 대한 내정안은 장관급인 안창호 위원장이 근평(근무평가)에 악의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보복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인권위 지부 상급기관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해준)도 이날 따로 성명을 내어 “안창호 위원장의 보복성 인사는 인권을 옹호해야 할 기관의 수장이 노조 활동과 내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 한 명백한 탄압이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인권위 5급 사무관 1명의 인사발령에 대해 인권위 지부는 물론 전공노까지 나서 성명을 낸 셈이다. ㄱ조사관은 침해조사국 2025년 하반기 성과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를 두고 인권위 사무처 직원을 관장하는 이석준 사무총장과 국장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인권위 지부는 성명에서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장급 간부들이 인권위 고위공무원으로서 안창호 위원장에게 인권위 정상화를 위한 직언은커녕 오히려 직원들을 통제하고 재갈을 물리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온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 지부는 안창호 위원장에게 ㄱ사무관에 대한 보복인사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라고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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