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된 이후, 중국이 지난 20여 년간 베네수엘라에 쏟아부은 막대한 차관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국제 사회는 중국이 이전 차베스 정권 시절부터 제공해 온 대(對)베네수엘라 차관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초당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최근 베네수엘라 및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연쇄 회담을 추진 중이다. 대출금 회수에 관한 확답을 얻으려는 포석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 채권자로 정당한 권리와 이익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할 베네수엘라 채무 구조조정 과정에도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영 정책금융기관인 중국개발은행(CDB)을 통해 베네수엘라에 600억 달러(약 88조 원)가 넘는 대규모 개발자금을 제공했다. 대출 조건은 현금 대신 원유로 빚을 갚는 ‘석유 담보 대출’ 구조였다. 베네수엘라가 일정 물량의 원유를 중국 측에 선적하면, 그 대가로 원리금을 상계하는 방식이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였다. 중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남미 지역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노렸다. 하지만 올해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 특수부대에 붙잡혀 뉴욕으로 압송되면서 이 거대 채무 처리 문제는 미·중 양국 간 새로운 외교 쟁점으로 부상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초당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최근 베네수엘라 및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연쇄 회담을 추진 중이다. 대출금 회수에 관한 확답을 얻으려는 포석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 채권자로 정당한 권리와 이익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할 베네수엘라 채무 구조조정 과정에도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벽화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영 정책금융기관인 중국개발은행(CDB)을 통해 베네수엘라에 600억 달러(약 88조 원)가 넘는 대규모 개발자금을 제공했다. 대출 조건은 현금 대신 원유로 빚을 갚는 ‘석유 담보 대출’ 구조였다. 베네수엘라가 일정 물량의 원유를 중국 측에 선적하면, 그 대가로 원리금을 상계하는 방식이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였다. 중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남미 지역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노렸다. 하지만 올해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 특수부대에 붙잡혀 뉴욕으로 압송되면서 이 거대 채무 처리 문제는 미·중 양국 간 새로운 외교 쟁점으로 부상했다.
현재 베네수엘라가 중국에 갚아야 할 정확한 잔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2017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이후 상세 부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USCC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잔존 채무 추정치는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 원)에서 200억 달러(약 29조4000억 원) 사이로 넓게 갈린다.
숫자보다 더 큰 문제는 상환 경로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그간 중국은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를 받아 현금 대신 원리금을 탕감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이 구조는 급격히 흔들렸다. 미국 제재와 베네수엘라 내 석유 생산 시설 노후화로 석유 상환 모델은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
2023년 9월 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판은 한층 복잡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직후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와 수송 통로를 미국법과 안보 기준에 따라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베네수엘라 석유 자산이 중국과 같은 비서방 국가 손에 휘둘리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에 따르면 모든 원유 판매 대금은 일단 미국이 관리하는 계정에 예치한다. 이후 채무 재조정 합의에 따라 채권국끼리 나눈다. 베네수엘라 원유가 어느 시장으로 흘러가고, 판매대금이 어디에 쌓이며, 어떤 경로로 배분되는지를 미국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만약 미국이 원유 판매·결제 관문을 장악한 상태에서 상환 우선순위를 재설계하면 중국은 대출 회수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자국 법률과 안보를 명분으로 판매 대금 배분 순위를 서방 채권자 중심으로 설계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단순한 상환 지연을 넘어 원금 대폭 삭감(헤어컷)이나 관련 협상 테이블 밖으로 밀려날 위험까지 안게 된다. 콜롬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CGEP)은 이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이런 조치가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 흐름과 부채 상환용 물량 확보를 직접적으로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채무 재조정, 돈줄 누가 쥐나 |
중국은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국제법 상 정당한 권리와 비차별 원칙을 문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 부채 승계 원칙에 따르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전 정부가 맺은 정당한 대외 부채는 승계되야 한다. 만약 미국이 지원하는 임시 정부가 독재자 부채라는 이유로 상환을 거부하면, 전 세계 금융 안정성을 흔드는 부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 신흥국에 대한 민간 자금 유입이 위축될 우려도 크다.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과 베네수엘라는 주권 국가로, 두 나라 간 협력은 국제법과 국내법 보호를 받는다”며 “중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금융당국 차원에서 정책은행과 국영기업이 보유한 대(對)베네수엘라 익스포저(위험 노출도) 재점검에 나섰다. 협상에 필요한 손실 허용 범위와 회수 금액 기준선을 설정하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단순 채권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 구조 안에서 회수 매커니즘을 재설계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중국 국영 석유기업이 참여한 합작법인(JV) 등을 협상 카드로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석유 사업 재건에 막대한 자금과 설비가 필요한 미국을 겨냥한 제안이다.
미국은 현재 베네수엘라 정치·경제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임시 정부 구도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중국과 같은 비(非)서방 국가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과 현금 흐름을 좌우하는 그림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석유 판매를 미국이 승인한 일부 채널로 한정하고, 판매 대금을 미국이 통제하는 계정에 넣어야 한다는 구상도 이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15일 미국 워싱턴 D.C. 미국 국회 의사당 인근에서 한 여성이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미국이 서방 주도 국제 통화 기금(IMF)이나 선진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을 통해 베네수엘라 부채를 정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두 중국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이 이 과정에서 중국에 공식 채권자 지위를 인정하는 대신, 과거 중국과 베네수엘라가 비밀리에 맺은 불투명한 대출 조건을 공개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직접 압박을 가할 경우 중국 당국이 자산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외교적 항의뿐”이라고 전했다.
역설적으로 미국 개입이 중국에 득이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베네수엘라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마두로 정권 아래 중국 채권 회수가 이미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진단이다. 앞으로 미국이 주도해 셰브론 등 세계적인 석유 기업이 투자를 본격화하고, 원유 생산이 정상화되면 베네수엘라 상환 능력은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파이가 커진 뒤, 그때 배분 규칙 협상에 나서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도 칼자루를 쥐었다고 해서, 중국이라는 최대 채권국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지금쯤 중국 당국은 이전에 베네수엘라에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중국 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자국 기업들이 더 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상권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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