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전격 사라지면서 ‘고금리 장기화’ 국면 속 은행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자 수익성은 일부 개선될 여지가 생겼으나, 가계와 기업의 상환 능력 악화로 건전성 관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머니무브)과 환율 변수까지 더해지며 은행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NIM’ 반등 기대감…비이자이익은 ‘안갯속’=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2분기 1.50%까지 하락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NIM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NIM이 확대되면 은행의 대출 관련 수익성은 개선되지만, 예·적금 금리 정체 등으로 인해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반면 비이자이익 부문은 난항이 예상된다. 금리 동결 전망이 시장에 선반영되며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미 지난 3분기 중 상당한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 운용 전략 수립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비이자 부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벼랑 끝’ 차주들…연체율 상승에 충당금 딜레마=건전성 관리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수년간 이어진 저성장·고금리 환경 속에서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 차주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회복이 일부 대기업과 수출 기업 위주로 편중되면서, 당분간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지표가 지속해서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개별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월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2.89%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계대출 중 주담대 연체율은 0.29%로 0.02%포인트 올랐고, 신용대출 등은 0.85%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에 대비한 ‘방패’인 NPL(부실채권) 커버리지 비율이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123.1%)까지 떨어진 점도 부담이다. 전년 동기(141.6%) 대비 1년 사이 18.5%포인트나 급락했다. 은행권은 손실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지만, 이는 곧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금리인하 기대 완전 꺾여…환율·머니무브 복병=대외 변수인 환율과 수신 시장의 지각변동도 위협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면서 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가치가 평가절상되어 자본 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주환원(밸류업) 동력을 약화시키고, 기업 대출 공급을 위축시키는 연쇄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CET1 비율은 1~4bp가량 하락한다. 이에 은행권은 외환 관련 RWA를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자본 비율이 하락하면 최근 은행권의 화두인 ‘밸류업’ 동력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기업 대출 확대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기업 대출은 가계 대출보다 RWA가 훨씬 높아 자본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수신 시장에서는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연 0.1~1.0% 수준의 저원가성 예금이 증권사의 연 3%대 발행어음 등으로 이동하면서, 은행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리거나 은행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처지다. 이는 결국 조달 원가를 높여 NIM을 다시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현재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규모는 354조원에 달한다. 정호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