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계약서 내 '청구권 포기·검증 배제' 독소조항
OS요원 "안건 부결시 입주 불가" 압박
"조합원 423억원 환급금 지급 예정"
잠실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19일 임시총회를 열고 공사비 증액 및 변경 도급계약 체결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롯데건설 |
[더팩트|황준익 기자] 오는 20일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잠실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이 공사비 증액 및 도급계약 변경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이 상정한 변경 도급계약서에 조합원의 법적 권리를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이른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19일 임시총회를 열고 공사비 증액 및 변경 도급계약 체결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조합은 인허가 조건으로 추가된 공사비 240억원을 고려해 3.3㎡(평)당 공사비를 780만원으로 인상했다.
문제는 변경 도급계약서 제3조다. 해당 조항에는 △계약 체결 이후 발생 가능한 모든 추가 공사비 및 손해배상 청구권의 상호 포기 △향후 일체의 이의제기 금지 △도시정비법상 공사비 검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검증·조사 요구 불가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조합원들은 이를 두고 "시공사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응할 최소한의 법적 수단마저 스스로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족쇄 계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더라도 계약 효력이 유지된다는 문구까지 포함돼 향후 불공정 계약을 바로잡을 기회가 구조적으로 봉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총회를 앞두고 시공사 측 OS요원(홍보요원)들의 홍보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OS요원들이 "안건이 부결되면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가 불가능해지고 구청도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찬성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조합원 모임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시공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법조계에선 공사비 증액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증액분 채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유치권 성립 요건(변제기 도래)이 충족되지 않고 오히려 허위사실로 입주를 위협해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는 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조합원들은 시공사 재선정의 대가로 제시된 제안서상 약속들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도 반발하고 있다. 앞서 롯데건설은 2017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 제공 등 불법 행위가 인정돼 형사처벌을 받았고 시공사 선정도 무효가 됐다. 이후 2023년 재선정됐다.
조합원들은 공사비 인상과 계약 조항 외에도 최초 제안서·인허가 도면과 실제 시공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일부 동·라인에서 초기 제안서에 포함됐던 설계 요소나 마감 사양이 사전 설명이나 조합원 동의 없이 변경·축소됐다는 지적이다.
조합원들은 공사비 인상과 계약 조항 외에도 최초 제안서·인허가 도면과 실제 시공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롯데건설 |
A 조합원은 "제안서상에는 독일산 창호였지만 일반 창호가 시공됐고 유리도 로이유리가 아닌 일반 유리가 적용됐다"며 "조합원 가전의 경우 TV, 냉장고 모두 다운그레이드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알리지 않은 설계 변경 건이 너무 많은데 이번 총회에서 사후적으로 이를 추인하는 것"이라며 "제안서대로 적용된 게 없는 상황에서 (총회 가결시) 공사비 검증도 못 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이의제기나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B 조합원은 "법원 판결로 한 차례 무효가 된 시공사를 그 과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다시 주도해 재선정했고 이제는 당시 약속조차 지키지 않은 채 공사비 증액과 권리 포기 계약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은 총회 안건을 부결시키고 집행부를 바꿔 시공사와 다시 공사비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 C 조합원은 "공사비 검증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며 "공사비 인상에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합원들은 법률설명회를 열어 '입주 불가설'의 허구성을 공유하는 한편 시공사에 '총회 결과와 무관하게 입주를 보장하라'는 공식 회신을 요구했다. 다만 업계에선 입주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입주와 공사비 증액은 법적으로 별개의 사안이고 단지는 지난달 사용승인을 취득했다.
이번 공사비 증액 및 도급계약과 관련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선정 당시와 비교해 인허가 변경에 따른 필수 초과 내역에 한해서만 증액분을 책정했다"며 "이번 총회 가결을 통해 공사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사업이 원만히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은 임시총회에서 관리처분 변경 안건을 통해 423억원 규모의 조합원 환급금 지급 내용도 의결할 예정이다. 조합원 1인당 환급금은 평형 및 자산가치에 따라 약 185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에 달한다.
조합은 환급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일반분양 전략적 시기 조절과 공사비 증액 최소화를 꼽는다. 잠실르엘은 일반분양 당시 송파구 최고 수준인 평당 6104만원에 분양하며 수익이 대폭 상승했다. 또 추가공사비 인상을 최소화했다. 평당 공사비 780만원은 인근 잠실래미안아이파크(약 850만원)보다 70만원 낮은 수준이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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