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2025년 259억달러에서 오는 2034년이면 1259억달러로.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가 집계한 글로벌 적층 제조 시장 규모 전망치다. 그간 적층 제조는 시제품 제작 도구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소재 과학 발전과 공정 제어 기술 고도화가 뒷받침되면서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했다.
특히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생산 흐름에 발맞춰 HP 적층 제조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력인 '멀티 젯 퓨전(MJF)'를 비롯해 '금속 프린팅(메탈젯)' 등 3D 프린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제조 비용과 시간 단축을 이끌고 있어서다. 지난 15일 오후 HP는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HP 적층제조 서밋'을 열고, 적층 제조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다.
◆ 로봇부터 차량까지... MJF로 뚫은 '제조 패러다임'
"이제 시제품 제작을 위한 프린팅 시장은 끝났다고 봐요. 이제 누가 어떻게 무엇을 양산할 수 있느냐의 시대가 도래했고, 그래서 저희는 HP를 선택했습니다."
이날 사례 발표에 나선 최근식 링크솔루션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3D 프린팅 패러다임 변화를 짚었다. 링크솔루션은 국내 3D 프린팅 전문 기업으로, HP 고객사다.
최 대표는 피지컬 AI 시대 제조 혁신 핵심으로 HP의 MJF를 꼽았다. MJF(Multi Jet Fusion)는 HP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3차원 제조에 접목한 독자 기술이다. 분말 형태 소재 위에 액체 융합제를 분사한 뒤 열을 가해 면 단위로 융합하는 방식이다. 레이저로 한 점씩 녹이는 기존 방식보다 출력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사출 성형품에 버금가는 내구성을 갖춘 기술로 평가받는다.
최 대표는 HP MJF를 활용한 자사 고부가가치 양산 사례로 로봇 부품과 기아 콘셉트카 부품을 제시했다. 그는 "로봇 손에는 약 40개 센서가 들어가 배선 처리가 복잡한데 3D 프린팅을 활용해 배선 통로와 냉각 구조를 뼈대 내부에 내재화함으로써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기아 콘셉트카 대형 허브 커넥터 사례를 들며 "기존 공법으로는 구현 불가능한 디자인을 데이터만으로 즉시 생산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시스템이 제조 원가 절감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역설했다. 제품이 바뀔 때마다 생산 시설을 변경할 필요 없이 데이터만 교체하면 된다는 점이 MJF 기반 양산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모듈시작개발팀 박성환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제조 현장의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HP MJF의 효용성을 증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년간 FDM(압출 적층) 방식을 사용해왔으나 최근 표면 품질과 생산 속도 개선을 위해 HP MJF를 전격 도입했다.
박 연구원은 아이오닉6 공조 에어벤트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기존에는 에어벤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약 40개 부품을 각각 제작해 조립해야 했지만 MJF 도입 후 이를 단 하나의 일체형 부품으로 출력할 수 있었다"며 "이로 인해 비용과 개발 일정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언급했다.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효율성이 입증됐다. 지난해 6월 MJF 도입 이후 현대모비스의 전체 조형 시간은 6% 단축된 반면, 소재 사용량은 14% 증가했다. 이는 단위 시간당 더 많은 부품을 생산했음을 의미한다. 박 연구원은 "3D 프린팅은 단순한 제조 방식 중 하나가 아니라 제조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 "장비 추가보다 자동화가 유리"…하반기 '필라멘트' 신제품으로 라인업 완성
이날 HP코리아 이주헌 매니저는 3D 프린팅 도입의 핵심으로 '비용 효율성'을 꼽았다. 그는 장비 운용 비용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구분하며 생산 단가를 낮추는 핵심 열쇠로 '자동화'를 제시했다.
이 매니저는 "생산량이 늘어 장비 가동률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무작정 장비를 추가 구매하는 것은 비수기 운용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대신 작업자가 퇴근한 후에도 기계가 스스로 작업을 이어가게 하는 '자동화 액세서리'를 도입하는 것이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HP가 제안한 '오토메이션 액세서리(BB8)'는 출력이 끝난 빌드 유닛을 자동으로 교체해 연속 생산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이 매니저는 "이 기술이 부품 단가 절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파우더 핸들링부터 언패킹에 이르는 공정 전반의 자동화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한편 HP는 자사 적층제조 솔루션 추가 소식을 밝히기도 했다. 다니엘 톰슨 HP APJ 적층제조 솔루션 총괄은 올해 하반기 한국 시장에 '산업용 필라멘트 3D 프린터'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간 분말 기반 MJF와 메탈젯에 주력해온 HP가 필라멘트 방식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톰슨 총괄은 "MJF가 훌륭하지만 모든 제조 영역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신제품은 MJF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극소량 생산이나 퍼포먼스 폴리머(PEEK, Ultem) 등 특수 소재가 필요한 영역을 상호 보완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솔루션은 소재별 최적 온도를 제어하는 3개의 전용 프린트 헤드와 정밀 온도 제어 챔버를 탑재했다. HP 전용 소재 외에 외부 소재도 사용할 수 있는 '오픈 머티리얼 플랫폼'을 지원한다. 이로써 HP는 MJF, 금속 양산, 고기능성 필라메트까지 아우르는 적층 제조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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