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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1500원선 다가서도 금리 인상 '봉인'…이창용, 못 올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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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환율 방어용 인상은 아니다", "2~3%p 인상 필요" 부담 언급
올해 환율 '1400원대' 전망 우세하나 상단 리스크 상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새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5연속 동결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새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5연속 동결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는 국면에서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이번 동결의 중요한 결정 요인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금리를 '환율 수치 방어' 수단으로 쓰는 데는 선을 그었다. 환율 불안이 물가, 금융안정에 주는 파급을 경계하되, 성장·내수·가계부채 부담까지 함께 놓고 정책조합을 짜겠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이 4분의 3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4분의 1은 국내 수급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환율 하락 시 달러 매수'가 반복되고 해외주식 투자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점도 국내 요인으로 짚었다.

이창용 "환율 방어용 인상은 아니다"…'2~3%p 인상' 비용을 강조

이 총재는 왜 환율 '1500원 공포' 속에서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을까. 이 총재는 "한은 정책은 환율 수치 자체가 아닌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보고 결정한다"며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론에 거리를 뒀다. 특히 그는 "환율을 금리로 잡으려면 25bp씩이 아니라 한 번에 200~300bp(2~3%포인트)를 올려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는다"며 '금리로 환율을 눌러버리는 처방'의 부작용을 전면에 놓았다.

이 총재는 환율 급등이 곧바로 '국가 리스크'로 비화한다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한국 경제가 폭망이고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얘기"라며 비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의 공식 의결문도 같은 결을 담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높아진 환율이 (물가의) 상방 리스크로 잠재"해 있다며, 금융안정 리스크로는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높은 환율 변동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융안정' 축을 뒷받침하는 지표로는 주택가격 흐름이 거론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 주(1월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했고, 상승세는 48주째 이어졌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관련 표현이 빠지면서, 시장에선 한은이 인하 시계는 늦추거나 멈추고 환율, 부채, 주택시장을 더 강하게 의식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이선영 기자

한국은행. /이선영 기자


올해 환율 '1400원대' 전망 우세…상단 리스크·하방 경직성 공존

시장의 관심은 '올해 환율이 어디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인가'로 옮겨간다. 금융투자업계가 집계한 12개 글로벌 투자은행(IB) 전망에 따르면 향후 3개월 평균 환율은 1440원대, 6개월 1426원, 9개월·12개월 모두 1424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일부 IB가 1460원, 1490원 등의 상단 전망을 내놓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1400원대 초중반 중심의 흐름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1500원대 가능성을 '희박'으로 보면서도, 하방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등으로 순환적 하락이 가능하더라도, 구조적 수급 변화로 원·달러 환율의 하방 경직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500원대 환율이 현실화되려면 달러가 현재보다 훨씬 강해지거나 국내에 구조적 위기 요인이 발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2026년 원·달러 환율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며 "1500원선을 뚫을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희박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은이 '1500원 위협' 속에서도 금리를 올리지 않은 배경은 환율을 외면해서가 아니라, 환율을 금리로만 되돌리려 할 때 치러야 할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 가깝다. 한은은 환율이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 안정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도, 성장·내수 회복세,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부담, 그리고 환율 변동성까지 함께 놓고 정책조합을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동결은 환율만 본 게 아니라, 주택·가계부채 같은 금융안정과 성장 흐름을 한꺼번에 저울질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을 금리로 억지로 누르는 순간 내수와 취약차주 부담이 먼저 흔들릴 수 있어, 한은이 '정책조합' 쪽으로 메시지를 정리한 것 같다"고 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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