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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손배소 항소심 패소… "흡연 책임 사법적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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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서울고등법원 제6-1재판부는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이비뉴스

서울고등법원 제6-1재판부는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이비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담배회사인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제6-1재판부는 이날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공단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번 판결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사회적 비용의 책임 문제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 중증 질환의 치료비가 장기간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돼 온 구조에 대해, 그 책임을 담배 제조사에 묻기 위해 제기된 공익소송이다. 공단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 담배회사의 정보 제공 책임 등을 핵심 쟁점으로 소송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항소심에서도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판결에서 이 사건 대상자들이 1960~70년대 흡연을 시작할 당시 이미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당시의 의학적·사회적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공단은 미국 공중보건국 보고서(Surgeon General Report)조차 1988년에 이르러서야 흡연이 니코틴 중독에 의한 것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1960~70년대 일반 국민이 흡연의 중독성과 심각한 건강 위해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흡연을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항소심 판결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했던 1심에 비해 일정 부분 진전된 판단을 담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이 사건 대상자들이 장기간 고도 흡연자이며,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암·후두암에 걸렸다는 점이 인과관계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명시했다. 공단은 이를 두고 향후 흡연 피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공단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 흡연 피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과, 150만 명의 지지서명으로 확인된 담배회사 책임 인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국민 건강권 보호에 있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해외 소송에서 필립모리스와 BAT가 거액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았음에도, 같은 '말보로’와 '던힐’을 흡연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1998년 주정부와 담배회사 간 대규모 합의(MSA)를 통해 흡연 피해 책임을 제도적으로 정리했으며, 캐나다 역시 공공보험 재정을 근거로 한 담배 소송을 통해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과 전국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은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몰디브는 특정 연도 이후 출생자에 대해 흡연 자체를 금지하는 '흡연 원천 차단 정책’을 시행 중이며, 영국 역시 차세대 흡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담배 규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단은 "해외에서는 흡연 피해를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법적 판단과 정책적 대응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우리 사회 역시 흡연 피해 책임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공단은 이번 판결의 취지와 판단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법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뒤 상고 여부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으로서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보호할 국제적 책무를 지니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 보험자로서 흡연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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