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빗장을 여는 대가로 전례 없는 통행세를 징수하기로 했다. 안보 우려가 있는 최첨단 칩은 막되 한 세대 지난 모델은 수출을 허용해 막대한 관세 수익을 올리겠다는 철저한 실리주의 전략이다.
중국은 즉각적인 통관 거부로 맞불을 놓으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가속기 H200 등 특정 반도체 제품이 미국을 거쳐 제3국으로 재수출될 때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 동부시간 기준 15일 0시부터 즉각 발효됐다.
중국은 즉각적인 통관 거부로 맞불을 놓으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가속기 H200 등 특정 반도체 제품이 미국을 거쳐 제3국으로 재수출될 때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 동부시간 기준 15일 0시부터 즉각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특유의 거래적 관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엔비디아의 H200을 지목하며 "그것은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수준의 칩이다. 중국은 그것을 원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칩 판매액의 25퍼센트를 벌게 될 것이다.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고문은 표면적으로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국가 안보 조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입이 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고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는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했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전량 대만의 TSMC에서 생산된 뒤 미국으로 들어와 다시 중국 등으로 나가는 구조라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길목을 지키고 관세를 걷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대상 품목의 선정 기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이나 출시 예정인 루빈 등 최상위 모델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H200과 AMD의 MI325X 등을 콕 집어 관세 부과 대상으로 명시했다.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최첨단 제품은 묶어두고 중국이 아쉬워할 만한 차상위 모델을 협상 카드로 쓴 셈이다.
미국 정부가 기대하는 수익은 천문학적이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지난달 기준으로 개당 2만7000달러(약 4000만원)에 달하는 H200 칩을 200만 개 이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미국 정부가 챙길 관세 수익만 135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다만 거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칩을 사가야 할 중국이 지갑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은 최근 H200 칩의 반입을 허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H200을 구매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순순히 통행세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앞당기려는 고육지책이다. 동시에 오는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중국은 미국이 AI 칩 수출을 통해 얻으려는 경제적 이득을 역으로 이용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낼 지렛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한편 시장 상황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CES 현장에서 "공급망을 다시 가동했고 H200 칩이 생산 라인을 따라 출하되고 있다"며 중국 고객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엔비디아는 판로가 다시 막힐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님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반도체 및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단순한 관세 부과를 넘어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한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재를 넘어 국가 간 패권 경쟁의 핵심 무기이자 협상 수단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기술과 시장 접근권을 무기로 수익과 안보를 동시에 챙기려 하고 중국은 시장 구매력을 무기로 기술 통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의 20조원짜리 청구서가 실제로 결제될지 아니면 미중 무역 전쟁의 새로운 불씨가 될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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