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비동암의 치료는 절제 수술을 기본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선요법을 병행한다. 특히, 최근 방사선요법으론 얼굴 주변 부위에 대한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성자 치료를 선호하는 추세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에 설치된 회전빔치료기에서 환자가 양성자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국립암센터 제공 |
단순히 코감기나 만성 비염, 축농증 증상이 오래간다고 생각했는데, 드물게 희귀암인 경우가 있다. 두경부암의 일종인 부비동암(혹은 비부비동암)이다. 부비동암은 전체 악성 종양의 약 1%를 차지하는 암으로,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비염이나 축농증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고 발견 당시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건강한겨레는 국립암센터 두경부종양클리닉 정유석(이비인후과)·문성호(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부비동암이 어떠한 암이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비교적 초기에 증상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비강 및 부비동의 구조 및 위치. 국가암지식정보센터 제공 |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선 한 해 495건의 부비동암이 발생했다. 전체 암 발생 건수(28만2천 건)의 0.2% 정도다. 얼굴, 코, 목, 입안, 후두, 인두, 침샘에 발생하는 암인 두경부암 자체도 비교적 드문 편이지만, 부비동암은 그중에서도 3~5% 비율이라 더욱 드문 편에 속한다.
부비동암에서 부비동은 ‘코 옆에 있는 동굴’이란 의미로, 사람의 얼굴뼈 속에 있는 공간 중 하나다. 부비동은 위치에 따라 다시 4개로 나뉜다. 이마뼈 안에 위치하며 눈썹 부근에 좌우로 있는 이마굴(전두동), 양쪽 눈 사이 코뼈 안쪽의 여러 개의 작은 공간인 벌집굴(사골동), 양쪽 눈 부위의 깊은 안쪽에 있는 나비굴(접형동), 눈 아래쪽 위턱 부분의 양쪽 뺨 속 공간인 위턱굴(상악동) 등이다. 부비동암은 이런 악성 종양 발생 위치에 따라 △상악동암 △사골동암 △전두동암 △접형동암 등 4종으로 나뉘며, 이들 4개 암종 중에선 상악동암이 가장 많다.
부비동암의 확실한 위험인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업 환경에서의 발암원, 흡연, 사람유두종바이러스( HPV) 등으로 알려졌다. 비강과 부비동 점막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자극이 암 발생에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대개 편평세포암(피부나 점막 등의 표면에 보호막처럼 존재하는 납작하고 얇은 세포층에 생긴 악성 종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악동암은 니켈, 포름알데히드, 칠기, 용접 연기 등을 취급하는 노동자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부비동암의 초기 증상이 흔한 질환인 비염·축농증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거나 코막힘, 콧물이나 코딱지, 코피, 안면 통증, 두통 같은 일상에서 흔하게 겪는 증상을 보인다. 비강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한쪽 코에서만 지속되는 경우 좀 더 종양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후 암 특유의 증상 일부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암이 눈·뇌·치아 등 주변부로 전이하는 등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특히 한쪽 코에서) 코막힘이 지속되면서 피가 묻어서 나옴 △귀에서 진물이 나옴 △갑자기 안면에 찌릿찌릿한 느낌이나 감각 저하 등의 신경 증상이 나타남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기 시작함(복시)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부비동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은 40~60% 수준인데, 발견 시점에 따라 치료 결과도 상당히 달라지는 게 특징이다. 완전 절제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조기에 암을 발견한다면, 5년 평균 생존율이 70~90%까지 향상된다. 반면, 뇌나 눈 등 주변부로 악성 종양이 침범한 진행 병기에선 5년 평균 생존율이 30~40% 이하로 떨어진다.
치료 방법은 외과적 절제 수술을 가장 기본으로 하고, 약물을 이용한 항암치료와 양성자치료를 비롯한 방사선 요법을 병용한다. 종양 발생 위치가 눈과 뇌, 신경 부위와 가깝기 때문에 수술과 방사선요법 모두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다. 특히 눈 주변의 시신경 교차 지점 등 신경 부위로 암이 번진다면 사실상 수술이 불가능하다. 시신경 교차 부분이 방사선에도 취약하기에 방사선요법 역시 에너지 세기를 줄여 신중하게 시행한다. 세기조절방사선치료를 주로 이용하며 최근엔 불필요한 부분에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양성자치료를 권유하기도 한다. 양성자치료는 기존 엑스레이 방사선 치료와 다르게 높은 에너지양을 좁은 부위에 집중해 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석 교수는 “최근 영상·내시경 기술과 분자생물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부비동암에도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치료 성적도 과거보다 개선되는 추세”라며 “종양의 분자적 특성과 면역 반응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표적치료나 면역치료 같은 정밀의학적 접근도 확대되고 내시경 등을 이용한 기능보존형 수술, 발달된 상악 재건 수술과 양성자치료 등 신기술이 도입되는 등 치료기술 발전이 빠른 암종”이라고 설명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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