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거래소 인가 둘러싼 ‘기술 탈취’ 공방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대한민국 토큰증권(STO) 시장이 제도화의 ‘운영’과 ‘법제화’라는 두 갈래 길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통해 STO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대전환에 나섰지만 시장을 운영할 주체를 뽑는 금융위원회의 결정은 보류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는 ‘청신호’, 금융위는 ‘일시정지’… 엇갈린 온도차
지난 15일 오후 2시 열린 제431회 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는 STO 시장의 운명을 결정지을 핵심 법안들이 통과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토큰증권법)’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전자 증권법)’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블록체인 기술(분산원장)을 통해 음악, 미술품부터 상표, IP, 브랜드 등 다양한 토큰 증권 상품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조각 투자 플랫폼을 비롯한 핀테크 기업들이 법적 제약 없이 혁신적인 투자 상품을 더욱 폭넓게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신범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장 겸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토큰증권 전체 업권의 오랜 숙원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법안 통과는 민관이 수년간 준비해온 시장이 본격 실행 단계로 진입하는 신호"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대형 금융기관과 우량 자산 보유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의 문을 열 열쇠를 쥔 금융위원회는 신중론을 택했다. 금융위는 본회의 하루 전인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당초 유력했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인가 절차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당국이 느끼는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업 예비인가 신청안 의결을 앞두고 급제동을 건 배경에는 혁신 스타트업과 거대 컨소시엄 간의 날 선 공방이 있다. 2018년부터 시장을 개척해온 루센트블록은 이번 인가 심사가 ‘기득권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루센트블록 측은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를 향해 “투자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 후 영업비밀을 공유받은 뒤, 동일 사업에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는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혁신을 증명한 청년 스타트업이 기득권의 약탈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살펴봐 달라"며 호소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위험을 감내해온 이들이 정작 제도화 단계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다.
반면,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에 참여한 뮤직카우 등은 루센트블록의 주장이 시장의 공공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뮤직카우는 “이번 인가는 수년간 제도화를 기다려온 조각투자 산업 전체의 생존 문제”라며 “제도화가 지연되어 유통시장이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한다면 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외거래소는 발행 실적보다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인프라인 만큼 신뢰도 높은 금융 기관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또한 NXT 컨소시엄에도 다수의 조각투자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특정 기업의 독점적 권리보다 조속한 시장 개설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골든타임' 놓칠라, 370조 토큰증권 시장의 향방은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지만 실제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추가 소명과 심사 요건의 적절성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당초 올해 상반기로 점쳐졌던 시장 개시 일정은 하반기 이후나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시장 개설 지연으로 차세대 금융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2030년까지 370조원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는 글로벌 STO 시장에서 유통 인프라 구축이 늦어질 경우 자본시장 선진화의 기회마저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다만, 이날 국회 본회의 통과 시 내년 1월부터 제도화가 공식 시행되는 만큼 법 시행 전까지 주어진 1년여의 시간 동안 금융당국이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로드맵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에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