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서울경제 언론사 이미지

[트럼프 스톡커] 中 거부한 칩도 25% 관세, SK까지 美공장 압박

서울경제 뉴욕=윤경환 특파원
원문보기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20>
트럼프, 엔비디아 'H200' 中수출 25% 관세
"곧 반도체에 더 널리 부과"···삼성·SK '비상'
HBM 美 생산 등 추가 대미투자 요구 가능성
여한구 귀국 연기···TSMC도 미국 향해 '아부'
정작 중국은 "수입 거부"···반도체주 급등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수출되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에 25% 관세 부과를 확정하면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한국 업체들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정작 중국은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때 쓸 카드로 쓰기 위해 H200 수입을 사실상 금지한 상태에서 동맹국만 유탄에 맞을 위기에 처한 셈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는 추가적인 대미 투자 압력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자칫 이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등이 시장 영향력을 키울 수도 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한국 정부도 차관급이 미국 워싱턴DC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국과 함께 반도체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대만은 미국과 무역 합의를 완료하며 현지 공장 건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나아가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월가를 안도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지면서 뉴욕 증시의 반도체 관련주의 변동성도 당분간 커지게 됐다.

트럼프, 엔비디아 ‘H200’ 대중국 수출액 25% 국고 수익 확정…“더 광범위한 반도체 관세 곧 부과”



지난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엔비디아의 H200을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최첨단 칩인 ‘블랙웰’ ‘루빈’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H200 판매액의 25%는 미국에 지불될 것”이라며 관세 부과를 이미 예고했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TSMC에서 사실상 전량 생산된다. 미국이 25% 관세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H200을 대만에서 자국으로 가져왔다가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경로로 수출해야 한다. 중국 기술기업은 한 개에 2만 7000달러(약 4000만 원)에 달하는 H200을 지난달에만 200만 개 이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실제 판매될 경우 미국 정부는 135억 달러(약 20조 원)의 국고 수익을 얻게 된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인 2022년 최첨단 AI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에도 AI 패권 유지,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이 조치는 유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다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생각을 바꿨다. 중국 매출을 원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끈질긴 설득에 미국 재정적자 해소와 중국 AI 칩 추격 억제를 이유로 들며 H200 수출을 허용했다. 중국이 안보 목적으로도 엔비디아 반도체를 쓸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의 여야 정치권이 모두 반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밀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포고문에 서명한 뒤 H200을 가리켜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수준의 칩”이라며 “중국은 이것을 원하고 있고, 우리는 칩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므로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뽐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는 H200뿐 아니라 AMD의 ‘MI325X’ 등도 포함됐다. 무역법 232조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는 수입품에 대통령이 관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

문제는 그 직후 공개된 백악관의 팩트시트(자료집) 내용이었다. 팩트시트는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 바깥에서 반도체를 제조해 수출하는 나라가 사실상 한국과 대만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광범위한’ 관세 부과 대상은 우리 기업일 게 뻔했다.




삼성전자·SK(034730)하이닉스, 추가 대미 투자 요구받을 수도···여한구 부랴부랴 귀국 연기




트럼프 행정부가 돌연 추가 반도체 관세 카드를 꺼내자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투자 발표 행사에서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이미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6일에도 “반도체와 의약품은 수익률이 자동차보다 높으니 (관세를) 더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를 쓰는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만류로 지금까지 부과하지 않았을 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에도 자사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HBM은 전량 TSMC 공장을 거치기에 한국이 대만에 수출하는 물량으로 잡힌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대만에 수출한 반도체는 대미 수출량의 두 배가 넘는 약 350억 달러(약 5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들에 대한 25% 관세 부담을 전부 지지는 않겠지만, 그 영향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빌미로 두 회사가 미국에 짓고 있는 현지 공장에 HBM 생산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D램 등 범용 메모리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익 상당분을 잃거나 미국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반도체 금액은 약 138억 달러(약 20조 2800억 원)로 추산된다. 미국이 여기에 25% 관세를 붙이면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수조 원의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마이크론은 이달 16일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들여 뉴욕주에 미국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착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황 CEO가 지난해 10월 말 한국 정부에 약속한 블랙웰 포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공급 계획도 일부 어그러질 수 있다. 이들이 대만산으로 둔갑돼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관세율에 따라 엔비디아 GPU를 공급받기로 한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005380)그룹, 네이버(NAVER(035420)) 등이 부담해야 할 액수가 수조 원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대만은 ‘현지 공장 관세 면제’ 무역 합의···정작 중국은 ‘4월 협상 카드’로 수입 거부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반도체 관세 예고에 당초 14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던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부랴부랴 귀국 일정을 미뤘다. 여 본부장은 애초 반도체 관세 때문에 미국에 온 게 아니었다. 그는 14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가능성과 쿠팡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에 따른 미 정치권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질타에 대응할 목적으로 바다를 건넜다. 앞서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는 지난 5일 상무·법무·과학(CJS) 등 관련 부처에 대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온플법으로 불리는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겨냥해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하고 중국 경쟁사에 이득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15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차관과 통화해 반도체 관세에 관한 한국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대만과의 무역 협상을 막 끝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세 카드를 실제 꺼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11월 미국과 관세 협상을 완료하면서 반도체의 경우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무역 조건을 적용받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15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등 대만 기업들이 자국에 2500억 달러(약 367조 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지난해 8월부터 20%의 대미 관세를 부과받았다. 대만의 대미 투자 규모는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14조 원), 일본의 5500억 달러(약 808조 원)보다는 더 적은 수준이다.

대만은 특히 미국에 새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대신 해당 시설을 짓는 동안 생산 능력의 최대 2.5배까지 품목별 관세를 면제받기로 했다. 또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할 경우 그 생산 능력의 1.5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품목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게 했다.

한국과 대만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정작 반도체 관세의 최대 표적 국가인 중국은 H200 수입을 거부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세관이 엔비디아의 H200 칩 반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사실상 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앞으로 상황이 발전하면 바뀔 수도 있다”며 “이것이 금지 조치인지 임시 조치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의 이번 지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기 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도 13일 중국 정부가 H200 칩 구매 가능 대상을 대학 연구개발(R&D) 연구실과 같은 특별한 경우로만 제한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일부 기술기업들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7일에도 중국 정부가 일부 기술기업들에 H200 구매 계획을 일단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도 보도한 바 있다.



‘사상 최대 실적’ TSMC, 미국 투자 강조···뉴욕증시 반도체주, 무역 변수에 연일 ‘롤러코스터’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무역에 변수가 잇따르자 관련 주가는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4일 뉴욕 증시에서는 중국 세관의 H200 수입제한 소식에 엔비디아가 1.44%가 떨어진 것을 비롯해 애플(-0.42%), 마이크로소프트(-2.40%), 아마존(-2.45%), 구글 모회사 알파벳(-0.04%), 브로드컴(-4.15%), 메타(-2.47%), 테슬라(-1.79%) 등 대표 기술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이 여파로 나스닥종합지수도 1.00% 내렸다.

그러다 15일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TSMC의 엄청난 실적 소식 덕분에 반도체가 줄줄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AI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견조하다는 점이 일부 증명된 까닭이다. 15일 미국에 상장된 TSMC와 ASML의 주가가 각각 4.44%, 5.39% 올랐고 AMD(1.93%), 마이크론(0.93%), 엔비디아(2.09%), 브로드컴(0.91%) 등도 수직 상승했다. 반도체주는 이날 장중 일제히 크게 올랐다가 장 막판 상승분을 일부 내줬다.

15일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8090억 대만달러(약 177조 5000억 원)로 2024년보다 무려 31.6%나 증가했다. 순이익은 1조 7178억 대만달러(약 80조 원)에 달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순이익도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분기 매출액은 1조 460억 9000만 대만달러(약 48조 67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고, 순이익은 5057억 대만달러(약 23조 5000억 원)로 35.0%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3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액은 5.7%, 순이익은 11.8% 각각 늘었다. 이는 시장 예상치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공개한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잠정치는 반도체를 비롯한 모든 부문을 합쳐 각각 93조 원, 20조 원이었다.

TSMC는 올 1분기에도 매출액이 346억∼358억 달러(약 50조 9000억∼52조 6000억 원)에 이르러 지난해 1분기보다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체 매출액은 3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 409억 달러(약 60조 2000억 원)보다 27∼37% 많은 520억∼560억 달러(약 76조 5000억∼82조 4000억 원)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투자 요구에 대한 부응도 잊지 않았다. 황런자오(웬들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급 첨단 신규 공장의 30% 정도는 미국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내년 하반기쯤 미국 내 두 번째 공장이 대량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웨이 회장은 “미국 애리조나에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네 번째 공장과 첫 번째 첨단 패키징 시설은 인허가를 받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애리조나주에서 공장 확장 등을 위해 추가 부지도 매입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해외 기업들의 대규모 신규 투자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적법성 판결이 임박함에 따라 품목 관세라는 ‘플랜 B’를 일찌감치 꺼냈다는 시각도 있다. 대만과 무역 협상을 끝내는 대로 미국이 어떤 반도체 청구서를 한국에 내미는가에 따라 또다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까지 이어질 AI 칩을 둘러싼 미중 간 자존심 싸움도 뉴욕 증시의 변동성을 계속 키울 전망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무인기 민간인 용의자
    무인기 민간인 용의자
  2. 2서대문역 버스 사고
    서대문역 버스 사고
  3. 3서건창 키움 복귀
    서건창 키움 복귀
  4. 4다저스 터커 영입
    다저스 터커 영입
  5. 5광주 전남 행정통합
    광주 전남 행정통합

서울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