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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몰리는 택시업계, ‘변종 사납금’에 일상된 과로·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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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택시 사고율 8.72%…개인택시 두 배 넘어
사납금, 월급제로 없앴다지만…현장서는 “기준금 채워야”
지난 2024년 3월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지난 2024년 3월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 지난 2일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1명이 숨지고 운전기사를 포함해 14명이 다쳤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서울 용산구에서 택시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해 탑승 중이던 부부가 골절상을 입고, 아기는 사고 약 한 달 뒤 숨졌다. 두 사고 모두 당시 운전대를 잡고 있던 택시 기사는 70대 고령자였다.

최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택시 기사 고령화 문제가 함께 거론되고 있다. 60대 이상 은퇴자가 대거 유입되는 업계 특성상 신체·인지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 운전자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사고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나간다고 꼬집는다. 운전기사를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야간 운전으로 내모는 택시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다.

15일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법인택시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 규모가 개인택시보다 두 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기준 운수종사자 대비 교통사고 비율은 법인택시가 8.72%로 개인택시(3.69%)의 두 배를 넘어섰다.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수(7만760명)가 개인택시(16만4353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데도 운전 사고는 더 자주 일어난 셈이다.

이같은 격차의 배경에는 전액관리제(월급제) 시행으로도 뿌리 뽑지 못한 법인택시의 사납금 문제가 있다. 법인택시 월급제는 기사가 근무 당일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대신 매월 고정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2019년 택시발전법 개정에 따라 시행됐다. 서울에선 2021년부터 가동했고 오는 8월 전국에 도입할 예정이다.

월급제는 택시 기사의 정액 급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서울 택시업계에는 변종 사납금제가 일찍이 꼼수로 등장했다. 회사가 임금 협약 시 영업시간과 운송수입금 기준을 설정하고, 기사가 이 목표분을 채우지 못하면 급여를 깎는 방식이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열린 ‘법인택시 활성화 및 임금체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변종 사납금제로 운수종사자의 실질소득은 2019년 사납금제가 적용됐을 때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 법인택시 기사들은 기준금을 채우기 위해 심야할증이 붙는 새벽 시간대 운행을 택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쿠키뉴스와 만난 운전기사 김모(70·서울 강서구)씨는 6년간 법인택시를 몰아 왔다. 김씨는 “며칠 쉬고 싶어도 회사와 약정된 기준금이 있어 휴식한 만큼 돈을 메꿔야 한다”며 “하루에 적게는 11시간씩 운전한다. 심야할증이 붙는 시간에 바짝 벌어 놓지 않으면 목표 매상을 채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출근한 김씨는 바로 다음날 오전 5시에 퇴근했다.

오전 2시 이후 법인택시 운행률은 서울에서만 46.36%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택시(21.82%)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에 더해 전국 법인택시 기사 중 퇴직 연령인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60.3%(4만4000여명)로 나타났다. 변종 사납금제가 고령의 택시 기사들을 과로·야근으로 내몰며 사고 위험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월급제 정착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리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삼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회사가 기준금을 아무리 과도하게 정했다고 해도, 그 기준에 미달한다고 임금을 깎아서는 안 된다”며 “애당초 불법이므로 노동청과 서울시가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1조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 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해선 안 된다. 현 규정상 변종 사납금제 운용은 불법인데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업계의 문제를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전액관리제는 잘 만들어진 법”이라면서도 “꼼수를 쓰는 기업을 제대로 단속·처벌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단속하지 않으니까 현장에서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가 지난 2024년 서울 내 법인택시 회사 2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점검에서 모든 업체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데도 시나 노동청에서는 단 한 군데도 처벌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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