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언라이 l 천젠 지음, 이성현 옮김, 아르테, 7만8000원 |
1976년 베이징의 겨울,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저우언라이의 추도식에 대한 서술로 책은 시작한다. 추모 인파는 이내 흩어지지 않았다. 군중은 “저우언라이를 보위하자”라는 현수막을 들고 다시 광장에 모였고, 인근 담벼락에는 마오를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시가 나붙었다. 마오쩌둥은 이 시위를 “반동적”이라고 규정했고, 무력으로 진압할 것을 명했다. 가장 충직했던 동지 저우언라이의 사망과 함께 마오쩌둥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
저우언라이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공산주의 혁명가이자 초대 총리로, 내정과 외교 양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인민을 사랑한 ‘영원한 총리’라는 평가와 ‘역사적 비극의 조력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그는 압도적인 능력과 구조적 제약이 동시에 작동한 지도자의 전형이기도 하다.
혼란 속에서 질서를 잡으려 했던 현실주의자였던 저우언라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주의 혁명의 복잡한 궤적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의 서거 50주기를 맞아 출간된 ‘저우언라이-중국 최고 권력의 그림자’는 국제 냉전사 및 중국 현대사 연구의 석학인 지은이가 25년간의 연구와 방대한 다국어 사료를 바탕으로 완성한 본격 평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를 혁명 이후 중국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킨 행정가이자 냉전 질서 속에서 중국의 생존 전략을 설계한 ‘외교의 거인’으로 복원한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미·중 관계 정상화와 한국전쟁 등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관통하며 그가 그때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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