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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김현영 | 여성현실연구소장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유사성행위를 생중계한 인터넷 방송인 신아무개씨가 재판을 받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다. 그가 진행한 방송은 시청자의 입금 액수에 따라 가학 행위의 수위가 결정되는, 이른바 ‘룰렛’ 시스템에 의한 것이었다. 경찰은 후원금이란 명목으로 성적 괴롭힘과 가혹 행위가 포함된 벌칙 수행을 유도한 시청자 280여명을 입건했고 이 가운데 161명을 지난 13일, 검찰에 송치했다. 시청자들의 후원과 구체적인 요청이 성착취물 제작 ‘방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긴 하지만 동의를 받아서 진행한 것이며 특히 트랜스젠더 여성이지만 법적으로 성별 정정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동성 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성년자 대상 성착취는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되며 피해자의 법적 성별 역시 상관없다. 그럼에도 신씨가 피해자의 성별 정체성을 집요하게 부각한 것은 자신의 행위를 ‘동성 간 장난’으로 축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신의 행위를 범죄가 아닌 놀이로 정당화해온 수법 그대로이다.
신씨는 한때 ‘초통령’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이 컸던 인물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그는 엄마에 대한 모욕을 밈으로 만들어내며 유명세를 키워왔다. 그가 이끄는 크루의 이름은 ‘느금마’, ‘노애미’ 등이었다. 패륜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언어는 유머로 포장되고 놀이로 체화되었다. 이번 사건은 그러한 혐오의 문법이 미성년자 성착취로 확장된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한 문제를 드러낸다.
그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플랫폼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쌍방향 후원 시스템 자체를 없애는 것도 불가능하다. 구조는 플랫폼의 책임만은 아니다. 플랫폼이 채널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하는 등으로 제재해도, 범죄를 후원하고 주문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이번에 특히 ‘후원자’들이 대거 검찰에 송치된 것은 플랫폼의 시스템을 활용해 범죄를 주문한 후원자들의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후원금’이라는 이름의 금전 거래는 현행법상 ‘방조’ 혐의가 적용되었지만, 실제 행위의 성격은 방조 그 이상이다. 이들은 채팅창을 통해 구체적인 가혹 행위를 요구하고, 벌칙의 내용과 수위를 적시했으며, 후원액의 크기를 통해 가학 행위의 강도를 조정했으며 피해자의 몸에 가해질 학대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메뉴판’처럼 골랐다. 후원자는 스스로 범죄의 방향과 강도를 리모트 컨트롤했다. 방조자가 아니라 ‘원격 가해자’인 것이다.
혐오 산업 생태계를 작동시킨 후원자들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2019년 필리핀에서 생중계된 아동 성학대 방송에 돈을 보낸 이들이 ‘원격 성범죄자’로 기소되어 15~30년 형을 선고받았다. 영국에서도 2021년 온라인 아동 성착취 생방송에 결제한 남성이 ‘제작 교사’ 혐의로 8년 형을 받았다. 이들 국가는 후원자를 성착취물의 공동 제작자이자 가혹 행위를 주문한 ‘원격 가해자’로 분류하며 단순 시청보다 월등히 높은 형량을 부과한다.
한국은 아직 이런 유형의 후원자 책임을 둘러싼 명확한 판례가 축적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서 2022년 대법원이 엔(n)번방 유료 회원 일부에 대해 범죄단체 가입죄를 확정한 적은 있다. 신씨 사건은 현재 대다수 인터넷 방송이 채택하고 있는 후원 방식에서 발생한 범죄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판례는 향후 유사한 사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앞으로 검찰이 어떤 혐의로 기소할지, 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가 혐오 기반 성착취 산업을 계속 용인할 것인지, 아니면 그 구조를 지탱해온 ‘후원자’라는 기둥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돈을 내고 범죄를 주문한 이들에게 실질적 책임을 묻지 않는 한, 혐오와 착취의 생태계는 형태만 바꿔 계속된다. 사법부는 후원과 요청이 결합된 행위가 범죄 실행의 중요한 구조적 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주문형 가혹 행위와 리모트 컨트롤을 오락처럼 소비해온 인터넷 문화에 제동을 거는 첫 단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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