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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한 가해자, 마주한 피해자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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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가해자에게 l ​사이토 아키요시·니노미야 사오리 지음, 조지혜 옮김, 글항아리, 1만9000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l ​사이토 아키요시·니노미야 사오리 지음, 조지혜 옮김, 글항아리, 1만9000원


과연 회복은 가능할까? 기자는 피해자를 취재하다 이런 의문에 부딪히곤 한다. 대개 회복은 더디고 완전한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살려면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번 성폭력 피해를 겪은 니노미야 사오리는 해리성 장애를 겪는 등 회복되지 않은 피해를 견디며 살지만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그 문제를 응시하려 노력했다. 그는 가해자 임상 전문가 사이토 아키요시와 함께 성폭력 가해자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7년부터 무려 7년간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편지를 나누었다. 그 기록을 두 사람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에 담았다.



이들이 시도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회복적 대화’는 가능했을까?



이 책은 ‘가해자는 피해자를 모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해자가 가져야 할 것은 무엇보다 ‘설명의 책임’이다. 그들에겐 “왜 자신은 이토록 심각한 짓을 했을까. 왜 성을 매개로 한 폭력이어야만 했을까”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피해자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알기를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니노미야도 “왜 나여야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슴 깊이 품고 살아왔다.



니노미야가 피해 사실을 언급하면, 가해자들은 마치 남의 일이거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표정 없는 ‘달걀귀신’ 얼굴이 된다. 그 무표정 뒤에 숨은 그들이 “제대로 보기를 바랐습니다”라고 나노미야는 말한다. 피해자의 피해는 평생을 통해 계속되지만 가해자는 “가해의 기억을 아예 망각”한다. 그 망각을 넘어서야 가해자 또한 회복이 가능하다. 편지를 통한 대화는 계속되고 가해자들도 변하기 시작한다. 사이토는 책의 후반부에 “가해자도 회복을 갈망하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라고 적는다.



니노미야와의 만남을 통해 가해자도 자신의 가해 사실을 알게 된다. 피해자에 대해 그들이 가지는 ‘불평불만’ 같은 인지 왜곡을 벗어나는 과정을 책은 자세히 보여준다. 대화도 그렇지만 편지의 힘은 세다. 결국 사이토는 니노미야에게 “(가해자의) 편지에 ‘재범할 것 같을 때, 니노미야의 얼굴이 떠올라 스스로 자제했던 적이 있었다’라고 쓰는 사람이 나왔습니다”라고 전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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