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해 7월17일 오전 광주시 남구 백운광장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오랫동안 대구는 한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의 대명사였다. 1942년 최고기온 40도를 처음 찍은 곳이 대구였고, 1994년 역대 최다 폭염일수 60일을 기록한 것도 대구였다. 그래서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대프리카’가 대구의 별명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구 위상에 도전하는 더운 도시가 나타났다. 바로 광주광역시다. 광주는 2000년대 이후 폭염 문제에서 대구와 경쟁하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었던 2018년의 폭염일수는 광주가 대구를 앞섰다. 한겨레 분석에서, 광주가 아열대권에 포함된 시기도 2018년으로 대구의 2023년보다 5년 이르다. 평균 기온 15도를 넘은 해가 대구는 2023~2025년 3년이었지만, 광주는 2016년과 2021년, 2023~2025년 등 5년이었다. 광주는 2018년께부터 ‘광프리카’로 불리기 시작했다.
김연희 광주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은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 습기를 머금은 대기가 남서풍을 따라 호남에 들어오면서 광주에 폭염을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광주는 한반도 남쪽에서 위도가 가장 낮은 대도시로(광주의 위도는 부산보다 낮다), 낮은 위도와 대도시화 등이 기온 상승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수량은 기온 상승보다 더 극단적이었다. 2022년 강수량은 769.9㎜로 광주 역사상 두번째로 적었으나, 다음해인 2023년 2116.1㎜로 역대 최대였다. 2020년 이후 광주의 강수량은 매년 500㎜ 이상 들쭉날쭉하다. 집중호우도 강해져 지난해 7월17일 하루 동안 426.4㎜의 비가 쏟아졌다. 평년 7월 한달 동안 광주에 내린 비(294.2㎜)보다 많았고, 지난해 내린 비의 5분의 1에 달했다. 광주의 연 강수량은 1939년 이후 10년마다 25㎜씩 늘고 있다.
언뜻 ‘아열대화’와 거리가 먼 듯한 가뭄이나 폭설도 심해졌다. 가뭄은 2022~2023년이 가장 심각했다. 2022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광주·전남 강수량은 886.3㎜로 평년 강수량(1390.3㎜)의 63.7%였다. 당시 광주·전남 주변 댐 저수율은 주암댐 21.5%, 동복댐 18.9%, 섬진강댐 19.1%, 평림댐 30.5%로 떨어졌다. 2022년 광주·전남의 기상학적 가뭄 일수는 281일로 역대 최다였고, 이전 최고 기록(2017년 191일)보다 90일 더 많았다. 김민환 영산강·섬진강유역 물관리위원장(호남대 교수)은 “강수량의 불규칙성이나 가뭄은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향후 가뭄에 대비해 (수질이 나빠 충분히 쓰지 못하는) 영산강 수질을 개선하고 하수를 재활용하는 방안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수량의 불규칙성은 강설량에서도 드러난다. 눈 내리는 날은 줄고 폭설은 더 잦아졌다. 1967년 54일이었던 눈 내린 날은 2023년 12일까지, 10년마다 1.7일씩 줄었다. 그러나 하루 적설량이 가장 많았던 날 상위 3위는 모두 2000년 이후로, 2005년 12월(2번)과 2022년 12월이었다. 과거보다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 한번 눈이 오면 더 많이 내리는 것이다.
계절의 길이도 달라졌다. 광주의 여름은 1940년대에 평균 106일이었지만, 2010년대엔 134일로 한달 가까이 늘었다. 반면, 겨울의 길이는 1940년대 103일에서 2010년대 81일로 22일 줄었다. 여름 길이가 겨울의 1.6배를 넘었다.
2023년 3월20일 광주·전남 지역에 계속된 가뭄으로 전남 화순 동복댐의 저수율이 낮아져 흙바닥이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시는 기후재난을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현오 광주시 자연재난대응팀장은 “가장 피해가 큰 폭우·홍수와 관련해선 하천과 하수관, 배수 장비 등 기반시설의 방재 성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위험 지역을 대상으로 대피 훈련이나 양수기 사용 등 주민 참여 훈련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온실가스 저감에도 힘쓴다. 광주시는 2012년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당시 기후변화대응센터)을 설립해 기후, 환경, 에너지 연구에 집중하게 했다. 광주 외에 이 분야 연구원이 별도로 있는 광역정부는 강원과 경기뿐이다. 앞서 광주는 2004년 ‘솔라시티’를 선언했고, 2008년엔 환경부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로 선정됐으며, 2009년 기후변화 대응 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광주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보다 45% 줄이고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모두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선 계획들이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의 김태호 기후에너지연구실장은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한 시민들의 생활 실천 조사를 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광주의 다양한 지역 여건에 맞춰 기후변화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