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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뼈’로 뒤덮인 지구, 20만년 뒤엔…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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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양계장에서 키우는 육계들의 모습. 3600년 전부터 인간과 살던 닭은, 불과 100년 전부터 인간의 필요에 따라 ‘고기용 닭’, 혹은 산란 기계로 전락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기도 이천시 양계장에서 키우는 육계들의 모습. 3600년 전부터 인간과 살던 닭은, 불과 100년 전부터 인간의 필요에 따라 ‘고기용 닭’, 혹은 산란 기계로 전락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닭은 어째서 거의 매일 달걀을 낳을까? 평생 계란과 닭을 먹으면서도 궁금해 찾아본 적이 없다. 그저 닭이니까 그렇겠거니, 했다. 자연 상태의 닭이 1년에 10개 정도의 알을 낳았다는 건 몰랐다. 3600여년 전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닭이 날마다 알을 낳는 산란 기계로 다시 태어난 건 20세기의 일이다. ‘닭장’에 닭을 가두고 고기용 닭인 육계를 키우기 시작한 것도 불과 100년 전부터라고 한다.

그 결과, 오늘날 지구에 사는 닭은 272억 마리(2023년 기준)에 이른다. 지구 위의 모든 야생 새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불과 100년도 안 돼 인간은 닭을 전혀 다른 개체로 바꿔놨다. 1957년의 닭과 2005년 육계의 몸집을 비교하면, 다리뼈는 길이가 두 배, 넓이가 여덟 배 커졌다. 빠른 성장 탓에 닭들은 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천년에서 수만년 걸릴 변화가 48년 만에 일어났다.

치킨 행성의 비밀 l 남종영 지음, 창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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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다소 엉뚱한 상상과 함께 어린이·청소년들을 그들이 익히 잘 아는 닭의 세계로 초대한다. 인류가 멸종한 20만년 뒤, 지구를 뒤덮은 닭 뼈를 보고 외계인 지질학자들은 어떤 대화를 나눌까. 지구 전역에서 분리된 골격으로 발견되는 이 작은 새의 뼈는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퇴적됐다. 이 시대엔 콘크리트, 플라스틱, 인공 방사성 물질 등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던 화학 물질도 대량 생산돼 지구를 뒤덮었다. 대체 20만년 전, 이 지구라는 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치킨 행성의 비밀’은 외계인들에겐 풀기 힘든 미스터리로 남겠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현재다.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와 문명이 융성한 홀로세에 이어, 기후 변화의 결과로 종잡을 수 없는 호우와 산불, 폭염과 혹한이 잇따르는 인류세다. 저자는 닭 뼈가 인류세를 대표하는 ‘표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플루토늄이나 플라스틱과 함께, 닭 뼈를 인류세의 표식으로 삼자는 제안이 나온다고 한다.

책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닭을 통해 기후 위기에 이른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 위기의 결과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전망한다. 메시지는 간명하다. 지난 100년, 지구의 가파른 변화를 가장 뼈아프게 앓고 있는 개체는 닭이고, “닭이 아프면 인간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한 닭이 지구를 구할지 모른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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