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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바보 됐나?” 40만원 준다더니…옆집은 받고 나는 못 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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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만 웃고 알뜰폰은 울고…위약금 면제 뒤에 가려진 ‘보조금 격차’
“이번엔 진짜 분위기가 다른 줄 알았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평소보다 상담 문의가 눈에 띄게 늘어난 시기였다. 직장인 김모(34) 씨도 위약금 면제 소식을 듣고 번호이동을 고민하며 매장을 찾았다.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번호이동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기 혜택을 둘러싼 유통점 간 경쟁도 과열됐다. 게티이미지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번호이동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기 혜택을 둘러싼 유통점 간 경쟁도 과열됐다. 게티이미지


상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심만 바꾸면 20만원을 준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물어보니 특정 요금제를 써야 하고, 그마저도 이 매장은 해당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김씨는 결국 계약서를 쓰지 못한 채 매장을 나왔다. “괜히 헛걸음했다”는 말만 남았다.

◆위약금 면제, 시장은 먼저 반응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이동통신 시장은 오랜만에 크게 출렁였다.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정부가 위약금 면제를 허용하면서 번호이동 수요가 단기간에 몰렸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 발생한 번호이동은 66만건을 넘어섰다. 평소 하루 평균과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유통 현장에선 “단통법 이전 분위기가 잠깐 돌아온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변화의 중심에는 SK텔레콤이 있었다.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위약금 면제는 사실상 선택지가 많지 않은 카드였다.

KT와 LG유플러스도 유통망에 추가 지원을 내려보내며 대응에 나섰고, 일부 매장에선 번호이동 조건이 하루 단위로 달라졌다.

◆숫자만 보면 ‘대이동’은 아니었다…혜택은 ‘정보가 있는 쪽’으로 쏠렸다


다만 체감 열기와 달리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고 보긴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휴대전화 회선 수는 5700만개를 넘는다. 이번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실제로 이동한 가입자는 전체의 1% 남짓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다들 움직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미 옮길 준비가 돼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인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지원금과 번호이동 조건이 매장별로 크게 달라지며 일부 ‘성지점’에 소비자가 몰렸다. 위약금 면제 효과가 특정 이용자에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

단말기 지원금과 번호이동 조건이 매장별로 크게 달라지며 일부 ‘성지점’에 소비자가 몰렸다. 위약금 면제 효과가 특정 이용자에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온 지점은 혜택의 편차였다. 단말기 유통 규제가 느슨해진 이후, 이른바 ‘성지점’으로 불리는 일부 매장에 지원금과 정보가 집중됐다.


KT 이용자였던 B씨는 커뮤니티를 보고 다른 지역 매장을 찾았다. “동네 매장에선 15만원이 최대라고 했는데, 온라인에서 본 매장은 40만원을 불렀어요. 같은 번호이동인데 조건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을 ‘체리피킹’이라고 부른다. 시세에 밝거나 단기 가입 이력이 있는 이용자들이 혜택을 먼저 챙긴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이탈 고객 가운데 가입 기간 1년 미만 비중이 적지 않았다는 내부 집계도 나온다. 반대로 오래 같은 통신사를 이용한 고객일수록 체감 혜택은 낮았다.

◆경쟁 과열, 다시 고개 든 ‘혼탁 영업’

유통점 간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났다. 조건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거나, 지원금을 부풀려 안내하는 사례가 늘었다.

한 판매점 직원은 “요즘 민원 대부분이 ‘말이 다르다’는 내용”이라며 “예전 단통법 이전에 자주 듣던 불만이 다시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가 경쟁 촉진을 위해 키워온 알뜰폰(MVNO) 업계는 이번 국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알뜰폰 순증은 1만 명대에 그친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수십만 명의 가입자를 늘렸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형 통신사가 단기간에 보조금을 쏟아내면 구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위약금 면제 조치는 분명 단기적인 이동을 만들어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누가 혜택을 가져갔고, 누가 설명조차 듣지 못했는지는 유통 현장에서 뚜렷하게 갈렸다. 번호는 옮겨졌지만, 제도에 대한 신뢰가 함께 따라왔는지는 아직 현장에서 쉽게 답하기 어렵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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