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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1위였다”…우유 한 잔 차이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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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고기·칼슘, 쌓여온 선택이 만든 격차
외래 진료실에서 대장암 진단을 처음 듣는 순간, 환자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제가요?” 의사들 사이에선 이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환자 나이가 눈에 띄게 내려왔기 때문이다.

식단 선택과 대장암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의료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식단 선택과 대장암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의료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30대, 40대 환자도 이제는 “설명부터 필요한 예외”라고 말하기 어렵다. 요즘 외래에선 그런 전제가 잘 통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먼저 느낀 변화

통계는 이 체감을 뒤늦게 따라오고 있다. 16일 통계청이 집계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암은 여전히 한국인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다. 대장암은 폐암, 간암에 이어 세 번째다.

전체 순위만 보면 익숙하다. 다만 연령대를 나눠 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50세 미만에서 증가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

국제 비교에서는 한국이 더 도드라진다. 여러 연구에서 20~40대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분류된다. 의료 현장에서 먼저 “젊은 대장암이 확실히 늘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진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생활습관이다. 유전보다는 환경 쪽, 특히 식사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대장암이 식단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다만 “그래서 뭘 얼마나 먹었느냐”를 숫자로 보여준 연구는 많지 않았다.

◆‘우유 한 잔’이 의미했던 것

최근 의료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연구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폐경기 여성 50만명이 넘는 자료를 장기간 추적해 분석한 결과다.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연구진은 식단 요소 97가지를 놓고 실제로 위험 차이가 나타났는지를 비교했다. 복잡한 기전 설명보다 결과부터 제시했다.

대장암 발병 연령이 낮아지면서 외래 진료 현장에서는 식습관 관련 질문이 늘고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게티이미지

대장암 발병 연령이 낮아지면서 외래 진료 현장에서는 식습관 관련 질문이 늘고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게티이미지


결과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결국 칼슘, 술이었다. 하루 칼슘 섭취량이 약 300mg 늘어난 집단, 우유 한 컵 정도를 꾸준히 마신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은 약 17% 낮았다.

흥미로운 건 칼슘의 출처였다. 우유만의 효과는 아니었다. 시금치나 브로콜리 같은 녹색 잎채소, 두유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제품 여부보다 칼슘 자체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 방향도 분명했다.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20g 안팎, 와인 한 잔이나 맥주 한 캔 정도를 꾸준히 마신 경우 대장암 위험은 약 15% 높아졌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칼슘은 흔히 뼈 건강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다. 대장에서는 역할이 조금 다르다. 담즙산이나 유리 지방산과 결합해 점막을 자극하는 물질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이 수십 년 쌓였을 때의 영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연구진도 선을 그었다. 이번 분석은 관찰 연구다. 칼슘이 암을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충제가 같은 효과를 내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료계에서 이 연구가 자주 언급되는 건,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식단과 대장암의 관계를 놓고 가장 많은 집단을 가장 오래 추적했다는 점에서다.

◆외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요즘 외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예전엔 약 얘기부터 나왔어요. 요즘은요, 뭐 먹어야 하냐는 질문이 먼저 나옵니다. 우유 얘기 나오고, 고기 얘기 나오고요. 술은 꼭 줄여야 하냐고 묻고요.”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나만 딱 집어서 바꾸긴 어렵죠. 그래도 방향은 다들 비슷해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건 극단을 피하라는 것이다. 특정 음식 하나로 암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술을 줄이고, 가공육 섭취 빈도를 낮추고, 채소와 칼슘 섭취를 늘리라는 조언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된다.

젊은 대장암의 증가는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외래에서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요즘 외래에선, 약보다 식단 얘기가 먼저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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