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수도 누크 공항에 포착된 덴마크 공군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브뤼셀=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현윤경 특파원 =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의 3자 회담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자 덴마크와 유럽 주요국이 곧바로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해 행동에 나섰다.
그린란드 주요 시설 방어를 위한 '북극의 인내 작전'(Operation Arctic Endurance) 훈련 목적의 병력 파견이라고 설명하지만, 미국이 그린란드 합병을 위해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무력시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 주재로 열린 3자 회담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종전 관련 논의를 위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당한 것과 같은 공개적인 면박이나 요란한 파국은 피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종료됐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번 회담에 대해 "쉽지 않은 만남이었다"며 "근본적인 이견이 존재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은 그대로"라고 15일 말했다.
메테 총리는 "그것은 물론 심각한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자 회담이 끝난 직후에도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려고 하면 덴마크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지난주 베네수엘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란드를 미국이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변치 않았음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이날 회담을 통해 미국과 그린란드를 둘러싼 이견 해소를 위한 실무 그룹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긴장 상황을 외교적으로 풀어갈 시간을 일단 확보했지만, 회담이 끝나자마자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하기 시작하면서 보란 듯이 행동에 나섰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덴마크와 인접한 유럽 주요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도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파병에 동참, 나토의 가장 큰 주축국이자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위협에 처한 덴마크에 힘을 실었다.
덴마크 국방부는 이번 병력 증강의 목적이 북극의 독특한 환경 아래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을 훈련하고 북극에서의 동맹 활동을 강화하며 유럽과 북극 지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트뢸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현지 공영방송 DR에 "목표는 그린란드에 보다 상시적인 병력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말해 이번 병력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유럽 외교관들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조치의 취지가 그린란드 장악을 시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덴마크와 다른 국가들이 미국이 우려를 제기해 온 북극 안보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가운데)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덴마크군은 이날부터 바로 훈련과 관련한 병력 등을 파견하고 있으며 선박과 항공기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훈련은 필수 기반 시설 경비, 현지 경찰 등 자치 정부 지원, 동맹 병력 수용, 그린란드 안팎 전투기 배치 및 해상 작전 수행 등을 포함한다고 덴마크군은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북극 인내 작전'에 참여할 정찰 병력 13명을 이날 오전 그린란드로 보냈고, 프랑스는 15명의 산악 전문 병력을 그린란드에 파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랑스 군 선발대가 그린란드로 향하고 있으면 추가 병력도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장교 3명, 노르웨이는 장교 2명을 파견했고, 영국 장교 1명도 정찰 임무에 합류했다. 네덜란드 역시 해군 장교 1명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유럽 주요국은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줄줄이 그린란드로 병력을 보내고 있다.
덴마크 왕립국방대학의 마르크 야콥센 교수는 유럽군의 그린란드 파견은 트럼프 행정부에 2가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첫째는 그린란드를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경우 유럽이 이에 맞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억지' 차원이고, 둘째는 유럽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그린란드를 지키는 것을 등한시했다는 미국의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나타내려는 것이라고 야콥센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린란드는 미국의 통치도 소유도 원치 않으며, 덴마크와 나토 동맹의 일원으로 남을 것"이라며 "지금은 내부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단결과 평정, 책임의 시간으로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그린란드를 수호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14일 그린란드 누크에서 어부들이 조업 장비를 배에 싣고 있다. [AP=연합뉴스] |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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