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
최근 의료AI(인공지능) 연구결과들을 보면서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경향이 있다. 바로 의사, AI, 의사+AI 세 그룹을 비교하면 AI 단독이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AI가 의사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사와 AI가 힘을 합친 것보다 AI 단독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의료AI 분야의 초창기 연구는 대부분 유사했다. AI가 의사보다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사와 AI의 시너지가 있어서 서로 힘을 합친 게 가장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도 논리적이고 직관에도 반하지 않는 불편하지 않은 결론이다. 하지만 AI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다른 결론이 나온다.
최근 네이처 자매지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출판됐다. 바로 의사, AI, 의사+AI 세 그룹의 정확도를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논문이다. 참고로 의학에서는 이렇게 다른 논문들을 분석한 연구를 가장 높은 수준의 근거로 친다. 단순히 하나의 연구가 아닌 여러 연구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52편의 의료AI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의사 단독 대비 의사+AI의 시너지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52건의 연구를 분석해보니 거의 모든 논문이 의사 단독 대비 의사+AI의 실력이 더 좋았음을 보여줬다. 이는 직관적으로도 이해가 가는 결과다.
더 나아가 흥미롭게도 의사+AI 대비 AI 단독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실력을 보여줬다. AI 단독이 AI와 의사가 힘을 합친 것 대비 비슷하거나 더 낫다는 것은 결국 의사가 개입하는 것이 AI가 실력발휘를 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거나 더 나아가 노이즈로 작용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가 더 발전해서 AI와 의사의 실력격차가 더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의사+AI의 시너지는 어떻게 변화할까. 이번 연구에서는 AI가 인간의 실력을 더 크게 능가할수록 의사 단독과 대비해서 의사+AI의 '상대적인' 시너지 정도가 더 커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즉 AI가 의사보다 더 실력이 좋아질수록 의사 대비 의사+AI의 실력격차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AI가 의사보다 더 정확해질수록 의사+AI의 시너지는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도 보여줬다. 즉 의사와 AI의 실력격차가 크면 클수록 인간의 개입이 AI의 성능을 '더 많이' 깎아먹는다는 것이다. 이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메타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AI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사, 의사+AI, AI 세 그룹의 실력격차가 모두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을 필자를 포함한 모두가 주저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러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이러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
지금은 AGI(범용인공지능)의 구현을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별도 조직을 꾸리면서까지 ASI(초지능)의 구현까지 추구할 정도로 AI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해가는 시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의사보다 의사+AI가 훨씬 뛰어나고 또 그보다 AI 단독이 훨씬 뛰어난 그리고 그 격차가 계속 커지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미래엔 의료기기 인허가, 행위별 수가제를 포함한 의료보험제도, 의대교육과 의사의 수련방식까지 모두 크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의료행위의 주체, 대상, 목적도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우리는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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