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설악산 빙벽, 어디 있니? 온난화에 얼음 줄기만 두 가닥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원문보기
‘빙벽 코스’ 이달 말에나 열릴 듯
지난 14일 강원 속초 설악산의 빙벽 코스인 ‘두줄폭포’에서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원들이 빙벽 점검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올겨울 강원 영동에 눈이 적게 내리고, 기온도 높았던 탓에 두 줄기의 폭포수만 앙상하게 얼어있다. 반면 재작년 1월 4일엔 암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돼 두껍게 얼어 있다(왼쪽 사진)./국립공원공단·박상현 기자

지난 14일 강원 속초 설악산의 빙벽 코스인 ‘두줄폭포’에서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원들이 빙벽 점검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올겨울 강원 영동에 눈이 적게 내리고, 기온도 높았던 탓에 두 줄기의 폭포수만 앙상하게 얼어있다. 반면 재작년 1월 4일엔 암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돼 두껍게 얼어 있다(왼쪽 사진)./국립공원공단·박상현 기자


지난 14일 오후 강원 속초 설악산 두줄폭포. 원래 이맘때쯤에는 암벽을 따라 두 개의 물줄기가 내려오는 이 폭포가 얼면서 일반 등반객을 위한 ‘빙벽(氷壁) 코스’가 개장하지만, 올해는 이곳이 충분히 얼지 않아 빙벽장이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이날 본지가 설악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와 함께 빙벽을 점검해보니, 암벽 전체는커녕 앙상하게 얼어붙은 두 줄기 폭포조차 얼음 두께가 15㎝도 되지 않았다. 원래 얼음 두께가 최소 30㎝ 이상 돼야 사람이 올라타도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이날은 점검 장비인 17㎝ 길이의 스크루 조차 다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손경완 설악산 특수구조대장은 “이대로는 빙벽장을 열었다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15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올해 설악산 빙벽 코스는 지난해보다도 약 2주 뒤인 이달 1월 말에나 개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단이 1998년 정식 빙벽 코스 운영을 시작한 후 가장 늦게 문을 여는 것이다. 실제로 설악산 빙벽 코스는 2000년대 초반까진 12월 초, 최근 5년(2021~2025년)은 1월 14~18일 사이 개장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 겨울은 개장 시점이 극단적으로 밀린 것이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1월 말 개장도 단순 전망일 뿐 현재 얼음 상태로는 개장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빙벽은 얼음이 어설프게 얼면 등반 중 낙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얼음 두께와 면적 등 개장 기준이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이처럼 설악산 빙벽 형성이 늦어지게 된 원인으로는 올 겨울 ‘눈의 실종’과 ‘널뛰기 기온’ 등이 이유로 꼽힌다. 올 들어 속초는 ‘적설량 0′을 기록 중이다. 강원 인제는 이달 1~9일까지 눈이 내리지 않다가, 10일에 2.9㎝, 12일과 13일에 각각 3㎝, 2.9㎝ 내렸지만 대부분 쌓이지 않고 녹았다. 설악산에 눈이 쌓이려면 찬 동풍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동해 상을 통과해 눈구름대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형성된 무겁고 축축한 습설(濕雪)이 강원 영동 일대에 대규모로 뿌려져야 한다. 빙벽 등반이 가능할 정도로 얼음이 두껍게 얼려면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최소 열흘 정도 이어지면서 눈이 얼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찬 바람이 주로 서해 상을 통과하면서 호남권 일대 쪽으로 많은 눈을 뿌리고 있다. 강원 영동에 눈 자체가 내리지 않다 보니 빙벽의 재료가 공급되지 않은 것이다.

따뜻해진 날씨도 문제였다. 1월 들어 하루 새 5~10도가량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일평균기온이 영상과 영하를 오간 날이 많았다. 이달 1~14일 인제와 속초의 평균기온은 각각 -5.2도, -0.2도로 수치상으론 영하권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일 최고기온은 인제 4.3도, 속초 6.7도까지 올라갔다. 눈이 안 내려 빙벽 재료도 부실한 상황에서 기존 얼음이 단단하게 유지되지 않고 녹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포근해진 겨울이 빙벽 코스 개장 시기를 늦췄을 뿐 아니라, 폐장 시기도 당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설악산 빙벽의 평균 개장일은 39.2일이었다. 가장 짧은 운영 기간은 2024년(1월 16~2월 6일) 기록한 22일이었다. 당시 1월 초만 해도 한파 영향으로 빙벽 규모가 상당히 컸는데, 2월 들어 기온이 봄 수준으로 급격히 오르면서 얼음이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올해도 강원 영동의 2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80%인 상태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빙벽 등반을 즐기는 등산객들로부터 코스 개장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선 쉽게 열 수 없다”며 “빙벽 코스는 8곳을 일괄 개장해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얼음 상태가 안 좋다면 일부 빙벽 코스만 먼저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개코 김수미 이혼
    개코 김수미 이혼
  2. 2손태진 가족사
    손태진 가족사
  3. 3김혜윤 변우석 로맨스
    김혜윤 변우석 로맨스
  4. 4무인기 주장 윤대통령실
    무인기 주장 윤대통령실
  5. 5이혜훈 청문회 개최
    이혜훈 청문회 개최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